장모(丈母)에게도 기회를…

제 고모부, 처고모부, 장모 – 이 세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고향이 북쪽이고 한국전쟁 탓으로 남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중 고모부님과 처고모부님은 모두 세상을 뜨셨답니다. 두 분 모두 북에서 가정을 꾸리시다가 남으로 내려와 새가정을 꾸려 사시다 가셨답니다. 한분은 그 언젠가 북의 가족들을 만날 세월을 낚노라고 낚시에 말씀을 묻고 사시다, 다른 한분은 도수에 상관없이 소주잔 한잔이면 나오는 웃음에 세월을 얹혀 날리시다 가셔, 이젠 뵐 수 없답니다.

그래도 두분에게는 함께 남으로 내려온 혈육이 있었거나, 이북 오도민(五道民) 향우회에서 만난 고향분들이 함께 했던 삶이었지요.

아직 팔순이 안된 제 장모는 그야말로 남으로 내려온 홀로랍니다. 이북 오도민 향우회에 홀로 얼굴 내밀기도 뻘줌한 나이랍니다.

십대 어린 나이에 오빠하고 단 둘이 내려왔던 남쪽살이였답니다. 전쟁통에 고향에 간다며 국군에 입대했던 오빠는 그 뒤로 소식을 들은 적 없이 이북에 있던 가족들과는 영영 이별한 채 살아오셨답니다.

사람살이 길은 늘 열려있다고, 장인 어른 만나 가정을 꾸며 열 아홉에 제 처를, 이어 두 아들을 낳고 키우며 오늘도 기도로 사신답니다. 행여 북에 살아있는 어릴 적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래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해 놓고 있답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남북 각기 100명씩 선정해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현재 남쪽 신청자들의 반수 이상의 나이가 90대라고 하니 아직 팔순도 안된 창창하게 어린(?) 제 장모에게 순번이 돌아오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이산가족

한 삼년전 이맘 때, 장모에게 병이 찾아왔답니다. 담낭암이라는 이름의 손님이었지요. 그래 담낭을 떼어내고 전이된 간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받으시고 난 후. 그 언젠가의 세월을 기다리시며 잘 버티고 계셨답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소식이 들리던 이지음 장모에게서 떠났다고 생각했던 손님이 아직도 몸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다는 판정을 받았답니다.

그래 이 저녁, 모처럼 제 가족을 위해 기도해 본답니다.

“장모(丈母)에게도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