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더위경보(heat warning)속에서 지냈습니다. 체감온도가 화씨 105도(섭씨 약 40도)에서 화씨 115도(섭씨 46도)사이에 이르는 날씨면 내려지는 경보랍니다. 게다가 높은 습도가 함께하는 여름 날씨는 오래 살아도 적응되지 않는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똑 같은 조건이지만 직업상 우리 부부에게 더해지는 찜통이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보일러입니다.
습도 높은 더위 경보속에서 뜨거운 보일러 스팀이 더해지는 세탁소 풍경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사반세기 넘는 여름을 그렇게 지내고 있답니다.
그래 불만이냐고요?
지난 밤 한 줄기 소나기 지나간 후 맞은 오늘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보내준 시원한 바람 한 점에 대한 감사를 안다면 감히 불만이라는 말은 불경(不敬)에 이른답니다.
산다는 것은 무릇 감사랍니다. 더위조차 감사랍니다.
주춤한 더위에 감사하며 훑어보는 신문기사에 내일이 National Hot Dog Day라는 게 있어 달력을 보니 중복(中伏)이랍니다.
Hot Dog과 중복(中伏)과는 전혀 무관한 듯 하면서도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개입니다.
Hot Dog의 유래를 찾아보니 소시지 모양이 독일산 개와 닮아서 그렇게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복날에 보신탕 곧 개장국을 먹는 우리 풍습은 익히 마는 일이고요. 핫도그나 개장국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 취향에 달린 일이니 제가 논할 바는 아니지요.
다만 저는 핫도그는 맘만 먹으면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속에 살지만 제가 좋아하지 않으므로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답니다.
개장국 곧 보신탕은 한때 제가 탐했던 음식 가운데 하나랍니다. 토종 서울내기인 제가 보신탕을 입에 댄 것은 다 그 놈의 술 탓입니다. 워낙 “남의 살”로 일컫는 육류(肉類)에는 그리 관심도 없는 제가 개고기만큼은 제법 탐(貪)했던 편입니다.
우선 육질이 기름지지 않아 좋고 속설(俗說)때문인지 술이 좀 과하더라도 개고기 안주라면 이튿날 숙취(宿醉)에 거의 시달리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저의 집안에 술은 물론이거니와 개고기까지 탐(貪)하는 것은 제가 유일하여 “가문(家門)의 영광”이 아니라 “가문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이지만은 그것도 옛날 일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은 도대체 이 땅에서는 개고기 맛을 볼래야 볼 수 없는 딱한 현실 탓입니다.
개고기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널려 있는 것은 손에 잡기 싫고,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것에 대한 탐욕은 끝이 없고, 이 여름 저는 천상 사람인 것이지요. 비단 이 여름 뿐이겠습니까마는…
천상 사람으로 살더라도 개만큼은 살아야 할 터인데 “개도 지키며 산다는 윤리”에 이르면 그게 또 그리 쉽지만은 아닌 일인 듯 싶습니다.
바로 견오륜(犬五倫)입니다. 개들도 지키며 사는 다섯가지 윤리 도덕이랍니다. 이건 제가 만듣 이야기가 아니라 강원도 양양지방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고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있는 이야기랍니다.
견오륜(犬五倫). 이른바 개라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덕입니다.
첫째, 지주불폐(知主不吠)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라. – 개는 주인을 알아서 주인을 보고 짖지 않는다.
광견(狂犬)- 곧 미치지 않고서야 제 주인을 보고 어찌 짖겠는가? 개가 지켜야 할 첫째 도리라는 말입니다. 하물며 개도 이럴진데 사람이 제게 은혜를 준 이를 향해 짖는다면 참 개 만도 못한 인생입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오륜(五倫)으로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하는 말 쯤 아니 되겠습니까?
둘째, 모색상사(毛色相似)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 – 개의 털은 어미를 닮을지니 자식은 부모를 알아야 한다.
광견(狂犬) -곧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제 부모를 깨물어 상처 내겠는가? 개가 지켜야 할 두 번째 도리라는 말입니다. 하물며 개도 이럴진데 저를 낳아 주신 부모를 깨문다면 참 개 만도 못한 인생입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오륜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에 해당하는 말 쯤 아니 되겠습니까?
셋째, 잉후원부(孕後遠夫)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 – 뱃속에 새끼를 배었을 땐 부부관계를 삼간다.
광견(狂犬)- 곧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제 새끼를 배고도 오직 제 배부름만 생각 하겠습니까? 하물며 개도 이럴진데 사람이 제 새끼를 배고도 그걸 생명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참 개만도 못한 인생입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오륜으로 부부유별(夫婦有別)에 해당하는 말 쯤 아니 되겠습니까?
넷째, 소부적대(小不敵大)하니, 장유유서(長幼有序)라. – 작은 것이 큰 개를 해치지 않는다.
광견(狂犬) -곧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 보다 나은 상대를 물겠습니까? 개가 지켜야 할 네 번째 도리라는 말입니다. 하물며 개도 이럴진데 사람이 저 보다 한 발 앞 서 가는 이를 시기 질투한다면 참 개만도 못한 인생입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오륜으로 장유유서(長幼有序)에 해당하는 말 쯤 아니 되겠습니까?
다섯째, 일폐중폐(一吠衆吠)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 한 개가 짖으면 다른 모든 개들도 호응해서 짖는다.
요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때때로 적합하기도 하고 한 개가 짖는다고 다 짖을 까닭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개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광견(狂犬)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에 이르면 다 짖는데 안 짖는 하나가 역사를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쨋거나 사람이 지켜야 할 오륜으로 붕우유신(朋友有信)이 이쯤 해당 되지 않겠습니까?
핫도그와 복날, 문득 개에 대한 생각과 이즈음 뉴스로 접하는 세상사들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