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鹿兒島)로

태평양전쟁 과 광복 70년 (Pacific War and Postwar Korea) – 5

– 글쓴 이 : 김도원(金道元)

1부  태평양 전쟁(太平洋戰爭)

가고시마(鹿兒島)로

경찰서에서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탄광으로 돌아간 나는 또 갱 안에 들어가 전과 같이 막장에서 석탄 가루를 마시며 석탄덩이를 운반차에 싣는 일를 했다. 그런 생활을 얼마동안 또 하게 되었는데, 더 견딜 수가 없었다.

탈출할 궁리를 하면서 얼마쯤 지내다가 또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오사카에서 일본 경찰에게 불심검문(不審檢問)을 받았던 경험도 있고 하여, 신변안전에 경계를 하면서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내가 찾아간 곳은 구마모도(熊本)지방에서 토목공사업을 하고 있는 하시모도(橋本)라는 조선사람의 집이었다.

당시 그는 조선인 노무자를 데리고 군용비행장 확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노무자들과 함께 그 집에서 숙식을 하며 지내게 되었다.

앞에 오사카 이야기에도 적었듯이, 당시 일본에서도 식량과 옷 등 일상생활용품의 거래가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군수품(軍需品)을 다루거나 군사용(軍事用) 시설을 만드는 곳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편이었다.

내가 머물고 있던 집 주인은 가끔 노무자들에게 막걸리잔치도 베풀었는 데, 그럴 때 누군가 아리랑이나 타향살이 등 향수에 젖은 노래를 선창 하면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도 함께 불렀다.

그곳엔 나처럼 막연한 기대를 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도 있었고, 고향에 부모처자를 두고 징용으로 갔다가 그곳으로 옮긴 사람 등, 일본으로 가게 된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지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얼마쯤 지내다 가고시마(鹿兒島)로 갔다.

내가 보통학교(초등학교)에 다닐 때, 교장 겸 담임선생이었던 일본사람인 사토나카 죠기찌(里中長吉) 선생의 고향이 가고시마(鹿兒島)라고 했다. 사토나카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나는 가끔 가고시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왕에 일본까지 온 것이니, 구경이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가고시마(鹿兒島)에는 화산(火山)이 있다. 내가 간 곳은 사꾸라지마 화산(櫻島火山) 남쪽 해안에 있는 다루미즈 (垂水)라는 곳이다. 사꾸라지마 화산은 오늘날에도 화산활동(火山活動)이 진행 중이다. 그 화산은 하루에도 몇번씩 분화(噴火)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 (活火山)이다.   그리고, 가고시마의 상징(象徵)으로 되어 있다.

<2015년 5월 26일에 있었던 사쿠라지마(櫻島) 화산 폭발 영상>

따라서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한데, 내가 다루미즈에서 지내던 때엔 사정이 달랐다. 나는 그러한 화산 근처에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었다.

내가 구마모도(熊本)지방에서 지내다가 그곳을 떠나 가고시마(鹿兒島) 현에 있는 다루미즈(垂水)에 갔을 때, 그곳엔 하다데구미(旗手組)라는 토목건설회사에서 일본군의 군용시설인 땅굴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버틸 수 있었다.  그 공사장에서 일하는 일본인 부녀자(婦女子)들도 꽤 있었다.

하여간, 그 전쟁 때문이 수많은 사람들이 시달림을 받았고, 결국은  일본의 패전(敗戰)으로 그 전쟁이 끝나게 되었는데, 그 부분에 관한 것은 앞에 이미 적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온천의 나라 일본  

이번에는 일본 온천에 관한 이야기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일본으로 가기전부터 그곳에 온천이 많다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해지만, 그곳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지내보니 과연 <일본은 온천의 나라다.>”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데 온천이 많은 것뿐만 아니고, 일본 사람들은 혼욕(混浴)이라는 기괴망측(奇怪罔測)한 풍속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일본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일본 땅에 그러한 괴상한 풍속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오사카에서 지낼 때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규슈(九州)지방 에는 그런 풍속이 있었다.

우선, 일본엔 왜 온천이 많은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지구과학사전에‘환태평양 지진대(環太平洋地震帶, Circum-Pacific Seismic Zone)’이라는 지리학 용어(地理學用語)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그것은 태평양을 들러싼,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진대로서 화산대(火山帶)와 지진대가 겹쳐 있고, 습곡산맥 (褶曲山脈, 참조 보기 1.)이 발달하고 호상열도(弧狀列島, 참조 보기2.) 가 분포되어 있는 지대다.

보기 1 : 지각(地殼)에 작용하는 횡압력(橫壓力)으로 인하여 지층이 물결모양으로 주름지어 이루어진 산맥.

보기 2 : 활등처럼 굽은 모양으로 죽 늘어서 있는 섬들.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산 지대에 속해 있는 일본열도(日本列島)는 화산이 많고, 따라서 온천도 많다.

일본열도는 北海道, 本州, 四國, 九州 등의 큰 섬과 3,500여개의 작은 섬으로 되어 있는데, 규슈(九州) 남부지방인 가고시마(鹿兒島)에도 화산과 온천이 있다. 그곳엔 활화산(活火山)인 사쿠라지마(櫻島)화산과 기리시마(霧島) 화산이 있다.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온천에 관한 이야기를 적기 위해 화산 이야기를 늘어 놓았는데, 일본 온천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앞에 적은대로 그곳엔‘혼욕(混浴)’이라는 별스러운 풍속(風俗)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混浴’이라는 글자가 말해주듯이 섞여서 목욕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남녀가 같은 욕탕에서 목욕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그것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옷을 훌렁 벗은채 나체로  함께 같은 탕에 들어가다니?

하지만, 그 땅에 그런 별난 풍습(風習)이 있게 된 데에는 그곳의 풍토 (風土)와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민속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들의 풍속이 그러한 것을 어찌하랴?

한데,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는 곳에서 자란 사람이 <남녀가 같은 욕탕(浴湯)에 몸을 담그는> 그러한 풍속이 있는 나라에 가서 <혼욕>이라는 것을 처음 대했을 때, 그것은 기절초풍  할 정도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에서 자란 사람인 내가 어찌하다가 그런 망측스러운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는 사람들 속에 섞인 적이 있었다.

요즘에도 그런 풍속이 그 땅에 남아있는지?

하여간, 일본은 온천이 많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