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시집 한권을 받았답니다. 텍사스 킬린(Killeen)에서 목회를 하시는 임찬순 목사님의 시집 <바람의 노래, 목자의 노래>입니다.
시집을 손에 잡은 게 참 오랜만입니다. 책장을 주욱 훑어보니 최근에 돈주고 시집을 산 게 거의 삼년전 일입니다. 시를 잊고 산 것입니다.
말씀이 참 어눌하신 임목사님의 시집은 제게 삼년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인생에서 삼년이주는 의미는 여러가지랍니다. 어릴적 군대 삼년에서부터 최근 삼년에 이르기까지…
아무렴 예수의 목회생활 삼년보다 제 삼년이 귀중한 것을요.
삼년만에 손에 쥔 시집에 그 시간의 뜻을 담아 한마디 한마디 시어들을 곱씹으며 넘기고 있답니다.
그의 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ㄱ
꺽이는게 길이다.
꺽여서 뻗는게 길이다.
이리저리 구불구불
가는게 길이다.
그래 그래 길이다.
ㄱ 처럼 구부러지게
ㅣ 처럼 이렇게 곧게
ㄹ 로 구불구불
가는 게 길이다.
– <길이 참된 삶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에서
누군가에게는 삼년의 길일 터이고, 누군가에는 백년의 길이 될 그 시간들에 대한 그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가 그의 시에 대해 말하고 있는 변(辯)에 이르면 그를 존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른답니다.
<민족의 전진과 고난의 현장에서 한글은 하늘의 뜻과 경륜을 전해주는 통로였다. 성경은 한글을 통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 한글을 갈고 닦고 시를 쓰는 일은 거룩한 성업이다.
유대인의 고난의 역사에서 랍비의 역할은 너무나 지대했다. 이처럼 한민족이 세계로 흩어지면서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목회자의 역할은 미미한 것 같지만 실상은 너무도 지극히 크고 중요하다.
우리들은 돈으로 살지 않고 말씀으로 산다. 사상으로 산다. 꿈으로 산다. 상상력으로 산다.
목회자들은 한민족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을 꾸게 하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내뿜어주는 아주 은은한 향내로 세상은 늘 정화되고 있다는 믿음으로. 그 분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