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票心) 그리고 어떤 대통령

한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보니 단골손님들의 세대가 바뀌어 갑니다. 아주 오래 전 단골들 가운데는 세상 뜨신 분들도 많거니와, 오랜 단골 손님들은 이제 거의 은퇴를 했거나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젠 결혼한 아들 딸들의 옷을 들고 손주들과 함께 가게를 들어서는 손님들도 제법 된답니다.

세월이 그렇게 흐른 것이지요.

그 세월 덕에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지내는 손님들이 제법 된답니다. 특히 장성한 아이들 이야기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단골 메뉴랍니다.

반면에 웬만해서는 꺼려하며 꺼내지 않는 이야기 주제도 있답니다. 바로 정치  이야기입니다. 종종 이런 주제의 화제를 꺼네는 손님들도 있지만 제가 좀 피하는 편이랍니다. 구태여 꺼내서 제게 득될 것이 없다는 장사속도 있겠지만 자칫 논쟁의 빌미를 만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사는 곳은 비교적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어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은 늘 민주당 몫이랍니다. 그러나 아주 보수적인 측면이 강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손님들의 약 80%가 백인 중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제 또래 손님들은 아주 보수성향이 강하답니다.

그런데 이쯤해서 가만히 돌이켜보니 손님들이나 저나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면서 웃던 정치인이 한사람 있었답니다.

2011101200133_0

아마 기억하실만한 이름입니다. 바로 세라 페일린(Sarah Louise Palin)입니다. 2008년에 있었던 제 44대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인물입니다.(페일린이 방한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그녀의 사진을 검색하다 안 일이랍니다.)

당시 제 가게 손님들이 그녀에 대해 했던 말들이 아직도 기억난답니다.

“그 여자는 하와이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이름인줄 알걸!”, “아마 그 여자가 너를 보면 북한에서 왔다고 할걸!”, “영어 알파벳을 다 쓸줄이나 알까 모르지?” 등등 이었답니다.

무지, 무식에 뻔뻔함의 대명사처럼 그녀의 이름이 회자되곤 했었답니다.

당시 공화당에서는 비교적 고령인 72살의 존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이 대통령후보였고, 민주당 오바마 현 대통령이 후보였지요. 민주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쏠렸던 표심 특히 여성표심을 좀 잡아보겠다고 공화당이 내민 깜작 카드였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답니다.

그녀가 낙선한 선거 이후에도 한때 제법 메스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준 이른바 “티파티(Tea party)”라고 하는 극우 강경파 때문이었답니다.

이 티파티라고 지칭되는 공화당네 극우 강경파들은 오바마라고 하면 거의 치를 떠는 수준이랍니다. 특히 오바마가 내세운 의료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는 나라 망치는 주범으로 여긴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답니다.

저희 가게 손님들 가운데 페일린을 비웃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바마케어에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네들은 공화당내 강경보스 그룹인 티파티 세력이나 운동에는 비판적이랍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세라 페일린(Sarah Louise Palin)에 필적할만한 티타티(Tea party) 그룹의 샛별이었던 여성 정치인이 있었답니다. 크리스틴 오도넬(Christine Therese O’Donnell)이라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오바마대통령의 러닝 메이드로 부통령이 된 이 곳 출신 상원이었던 Joe Biden의 의원자리를 놓고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답니다. 그때 그녀의 뒷배경이 된 것은 극우 보수 강경세력인 타파티와 극우 방송매체인 Fox News였답니다. 그녀는 일약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했었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Chris Coons에게 57% 와 40%라는 현격한 차이로 상원의원 자리를 내어주고 만답니다.

오바마케어라는 의료개혁법으로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 법안을 빌미로 한 극우 강경세력도 반대하는 이곳 표심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들의 이득과 손실에는 민감하지만 극우나 극좌의 강경한 변화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표심의 일반적인 현상은 아마 제가 사는 동네에 국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티파티를 등에 업고 오는 2016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나선 테드 크루즈(Rafael Edward Ted Cruz)가 어떤 결과를 얻을지도 궁금하거니와, 세라 페일린(Sarah Louise Palin)과 참 흡사하다는 느낌을 같는 얼굴마담이 통치하는 어느 나라가 겹지기도해서 몇자 적어보는 것인데….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원조차 메케인과 페일린조에게 표를 던지지 못했던 까닭으로 고령의 메케인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페일린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도저히 못봐준다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답니다.

자기나라 말로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듯한 대통령을 보면서 든 생각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