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맞이

어제 오늘 사이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주에 내린 많은 눈들이 아직 듬성듬성 쌓여있기는 하지만 녹아흐르는 눈물들은 봄에게 쫓기고 있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머님의 계절맞이는 제철 옷 수습하는 일과 이부자리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님과 별로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제 할아버지 곧 어머님께는 시아버지의 제철 한복 챙기시는 일은 늘 어머님께서  첫번째 하시던 계절맞이셨습니다.

당시는 이즈음처럼 멋드러진 한복은 없었답니다. 겨울이면 무명에 솜을 넣은 옷이고, 봄 가을로 무명, 여름이면 삼베였답니다. 손이 여간 가는 옷들이 아니였지요. 저도 스물 무렵 한 때 모시적삼을 걸치고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어머님 아니였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었답니다.

그렇게 어머님께서 식구들의 옷가지들을 준비하고 이부자리를 바꿀 준비가 끝날즈음이면 계절이 바뀌곤 하였답니다.

가을이면 거기에 더해, 쌀과 연탄 채우고 김장독 가득 채우는 일이 더해졌지요.

지금은 정말 단촐해졌지만 어머님은 여전히 아버님과 두 식구 계절맞이를 하고 계시답니다.

그리고 엊그제 제가 즐겨 사용하는 랩탑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여 제 속을 끓게했었답니다. 이렇게 저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처방을 다해보았지만 치료불가였답니다.

안되겠다싶어 컴퓨터 전문 치료사를 찾아갈까 하다가external hard drive에  backup을 시켜놓고 컴퓨터를 깨끗이 청소해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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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단촐해지고 깨끗해진 컴퓨터 초기화면을 보며 봄을 맞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잃어버린 자료들과 프로그램들에 대한 미련들은 눈녹듯이 흘려보낼 일이고, 어머님께서 하셨던 계절준비처럼 남아있는 화일들 하나하나 정리해 새 방을 꾸며보는 일로 시간을 보내며 떠올려 본 어머님의 계절맞이였답니다.

우리가 돌이 되어 외치리니

어제 필라델피아 Glenside에 있는 Phil-Mont Christian Academy 강당에는 약 백여 명의 한인 동포들이 함께 했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인 두 분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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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 인근에는 약 사만 여명의 한인동포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만 여명 가운데 백여명이란 그야말로 한줌거리도 아닐 것입니다. 1%를 넷으로 나누어야 하는 정말 적은 숫자입니다.

그러나 비록 적지만 스스로 돌이 되어 외치는 이들의 절박함을 듣고 그들의 바램을 이어가기에는 충분한 숫자였습니다.

두분 어머님과 함께 오지 못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봅니다.

유해종(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웬만하면 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거, 해달라는 거 우리 나름 해주며 살았어. 근데 자식이 이제 세상에서 없어졌네. 화가 나고 정말 미칠 것 같았어. 그래도 하나님이 무슨 뜻이 있는 건 아닌가 싶고, 더 부패되기 전에 뭘 밝히라는 뜻 아닐까도 싶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것도 감사하다 싶고….이게 다 뜻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유가족들도 지금 많이 지치긴 했어. 벌썰 몇 개월이 지난거야. 끝까지 가자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정부를 싸워서 이기겠느냐, 계란으로 바위치는 거다 하는 사람도 있지. 너무 힘드니까. 근데 누구 하나 이탈하는 사람은 없어…..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아. 단기간에 끝날 싸움은 아니야.”

전민주(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우리는 나라하고 싸우는 건데, 온통 거짓말만 한 나라하고 싸우는 건데, 이제 사람들은 돈 얘기만 해요. … 사람들이 자식 팔아서 돈 벌려고 그런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떻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식 아니라고 돈이랑 자식이랑 어떻게 바꿀까 싶고…”

“그동안 힘들었죠. 지금도 힘들고. 그래도 끝까지 갈 사람들은 언젠가는 진상이 규명된다 그렇게 말해요. 10년이든 20년이든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맘이 편해요. 그것도 안하면 죄인이 될 것 같고… 언젠가는 이것도 끝이 있겠죠. 승희한테 엄마 진짜 열심히 했다고, 네가 헛되이 간 것만은 아니라고말할 날이 오겠죠. 아,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김진철(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제가 걱정인 건…… 일이 다 해결되고 함께혔던 분들이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저는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이 들어유. 여기와서 그려도 히히덕거리고 웃고 있지만 다 해결된 다음에는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이 되유. 지금도 술기운에 사는데… 제가 앞으로 살 계획을 소연이하고 함께 허것다고 꿈꿨는디 이제 모든 게 사라져 버린 것 같아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깜깜허유.”<딸아이를 먼저 보낸 김진철씨는다른 가족없이 홀로이다.>

정부자(신호성 학생의 아버지)

“대통령이 다녀간 후에 체육관에 TV가 설치됐어요. 그때부터 뉴스를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뉴스가 나오더라고요….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세상을 알았나요? 애 키우고 맞벌이하고 내 가정만 챙기면 되는줄 알았지. 나라에 해경이 잇고 경찰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살았지. 이런 세상인지 몰랐죠.”

“나는 이런 나라인 줄 정말 몰랐거든요. 대통령이 애도 없이 혼자 사니까 욕심없이 똑바로 해줄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왔다가고 나서는 뭐가 더 이상했어요. 배를 가라앉혀 놓고는 애들을 건져 왔대요. 이 더러운 나라, 이 더러운 나라, 이 더러운 나라… 이런 나라에서 이렇게 아둥바둥하고 살았나…”

“누가 그러더라고요. 호성이 가고 호상이 엄마는 만능이 됐다고. 이상한 병에 걸렸어요. 뭐라도 해야 편해요. 애가 힘들게 갔는데 부모가 편하면 안되지 싶어서. 그래야 애한테 덜 미안하고 죄가 좀 가시는 거 같아서 정신없이 돌아다녀요. 아마 평생 갈 것 같아요.”

최순화(이창현 학생의 어머니)

“어쨋든 진실이라는 목표 하나 보고 달려가다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내가 끝장을 봐야 해, 내가 결과를 내야 해 그런 생각은 아니예요. 전에는 저쪽 길로 갔다면 지금은 방향을 틀어서 이 길로 가는 건데, 그냥 끝까지 갈 뿐이지요.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간다. 그거예요. 이 길 가다보면 또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 가고 난 뒤에 다른 사람들이 언젠가는 밝혀 줄 거다, 그건 확신해요. 우리가 앞서서 알마만큼 가줬으니까 다음 사람들이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되니까.”

문종택(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저희 유가족들은 지금 세월호를 두번 타고 있습니다. 그런 유가족들에게 국민이고 정치인이고 언론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컨테이너를 얹고 , 쇳덩어리를 얹고, 쌀가마니를 얹어요. 선원들보다 해경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 되어 가고 있어요.”

“우린 (진상규명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어요. 생명수당까지 다 줘야 해. 무슨 보상을 해 주려면 그동안 우리 일한 것 다 쳐서 제대로 해줘야 해. 보상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계산을 못하겠으니 당신들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 어떻게 계산할 수 있어. 어떻게 계산이 돼. 자식 잃은 게 계산이 돼? 정신없이 쫓아다니며 하는 우리들 이 일들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냐고. 건강 잃으면서 하는 일들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냐고. 우리가 지금 만들려고 하는 안전법과 그걸 위해 하는 우리들의 행동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임종호(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유가족들은 노란 팔찌 차고 목걸이도 하고 있지만 딱 전철만 타도 뱃지 달고 있는 사람들이 없거든. 서울 광화문이나 가야 있지. 특정 지역에 가야 있지 진짜 보기 힘들어요. …세희 엄마도 특별법 제정 서명 받을 때 ‘이제 그만해’ 이런 얘기 진짜 많이 듣고 매번 울었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위로 받고 그러면 힘이나. 그래도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축 처져 있다가도 힘이 나지.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으니까.”

노선자(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저는 정말 그전까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고 그걸 보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다 거짓말이에요. 인터뷰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말만 담는 것 같아요. 뉴스가 진실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저는 앞으로 오래 살려구요. 오래 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 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들도 있을텐데 나는 오래 버텨야 되겠는데…..”

***이상은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인터뷰를 기록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필라델피아에서 만났던 동혁엄마 김성실님과 경빈엄마 전인숙님의 목소리를 통해 제 맘을 두드렸던 그들의 외침입니다.

“우리는 외칠 것입니다. 하나 하나 떨어져 나가 단 한사람이 남더라도 외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돌이 되어 외칠 것입니다. 끝까지 단 한사람만이라도 남아 있기만 하다면 그 순간까지 부디 우리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요. 기억해 주십시요. 그것만이 우리들의 소망입니다. 그 바램으로 여기 필라델피아까지 우리들이 온 까닭입니다.”

 

“잘 들어라.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 누가복음 19 : 40, 공동번역

 

돌들이 소리 지르는 세상을 외면한 뒤에 오는 세상은 암흑일겝니다.

만남 – 필라델피아의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어찌 된 일이냐? 걱정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 저기서 네 아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셨다.” –성서 창세기 21장 17절, 공동번역

성서는 힘없고 약한 히브리인들의 울부짖음과 신음 소리를 들어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합니다. 성서는 강한 자들의 종교가 아니라 잃었던 권리를 다른 어떤 곳에서도 호소할 수 없는 약자들의 신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아파하는 소리, 누군가가 호소하는 소리, 누군가가 절박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어주는 일은 이미 신앙행위입니다.

때 : 3월 8일 일요일 오후 5시 ~ 8시
곳 : Phil-Mont Christian Academy
        35 E Hillcrest Avenue, Glenside, PA 1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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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

DSC01911오늘은 3월 5일. 각급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관공서와 은행들도 문을 닫았답니다. 눈 때문이랍니다. 예정에 없던 휴일을 맞아 느긋한 아침을 누립니다.

아침뉴스를 훑어봅니다. 이곳 출신인 Joe Biden 부통령에게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Matt Bai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인 Hillary Clinton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Joe Biden의 출마선언은 민주당 집권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Biden에게는 잃을 게 없다는 주장입니다. 글쎄 제 생각에는 나이들면 적당히 물러날 줄 아는 지혜가 먼저일 듯 싶은데 말입니다.

그 기사 아래에는 Mark Lippert 주한미국대사의 피습 소식이 이어집니다. 기사에는 이 시각 현재 15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오바마대통령과 힐러리의 입장을 묻는 글부터 도대체 경호원들은 없는 것이냐는 물음 등 다양한 의견들이 달려 있습니다. 다음 수순은 공화당에서 나올 한국폭격 주장이라는 비아냥도 있거니와, 한국에 가본 적 있는데 미친놈들이 차고 넘치더라는 악의에 찬 글도 있고, 자신이 남한 출신이라며 미안하다는 글도 있답니다. 그 가운데 어느 사회나 미친 놈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라는 글이 눈에 띄였답니다.

한국내 뉴스 가운데는 김진홍목사가 폭행 당했다는 게 눈에 띄였습니다. 신앙은 없고 노욕만 남은 불쌍한 영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답니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신앙인 특히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김진홍 뒤에 목사라는 명칭에 위로가 될 듯합니다.

뒷뜰에는 쉬지않고 눈은 내리고…

모처럼 몇가지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정리할 수 있는 눈오는 날에 감사를.

춘삼월 – 그들의 순례

News about snow“With up to 10″ snow due, prepare to stay home Thursday” – 이 시각 현재 제가 사는 동네 신문 온라인판 헤드를 장식하고 있는 기사의 제목이랍니다. 오늘 밤부터 내일 온종일 10인치(약 25센티) 정도의 눈이 내리니 집안에 콕 박혀 있을 준비들 하라는 것이지요.

춘삼월이라는데 제가 사는 곳은 겨울이 극성이랍니다. 엊그제 월요일에는 얼음비가 내려 두시간 늦게 일터로 나갔고, 어제는 또 다시 얼음비에 두 시간 일찍 집으로 돌아왔었는데, 내일은 집에서 온종일 쉬여야 할 것 같답니다. 아내는 올겨울 마지막 휴일(?)이라며 폭설소식을 즐기는 듯 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날씨에 상관없이 가게문은 늘 열었건만 나이 탓인지 운전하기 좀 불편하거나 불안하면 문을 닫거나 시간조정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아무리 10인치 눈이 내려도 내일이면 경칩인데 쌓인 눈속에는 이미 봄이 함께 할 것입니다.

10일 째열흘전 팽목항을 출발하여 삼배일보를 하며 느린 걸음으로 서울 광화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와 그의 딸 아름씨는 아직도 진도에서 그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고 오마이뉴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10인치 내린다는 눈속에 이미 봄이 함께 하듯이, 이호진씨 부녀가 걷고있는 고난의 순례길속에 이미 그의 기도가 이루워진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기도랍니다.

“(우리부녀가)국민들을 향해 하는 절이자, 기도이니 국민 여러분이 저의 진심을 알아주시고, 희생자 304명을 품어줬으면 한다”

이호진씨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무릇 종교의 여러가지 기능 가운데 중요한 기능 하나를 들자면 보상(報償, compensation)기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녀의 순례길 위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셔서 그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빌어 보는 것입니다.

삼보일배

성서 –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예수 카페어떤 일이 시작되는 연유를 보면 아주 사소하거나 우연적인 계기에서 비롯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의 제가 딱 그 모습이랍니다.

지난해가 저물던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적(籍)을 둔 교회가 있어서 이따금 나가곤 있지만 성실한 교인은 아니랍니다. 교회 입장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교인이지요. 저는 그게 좋답니다.

적을 둔 교회가 감리교회인데 교회에 속한 여러 모임 가운데 목장모임이라는 소그룹이 있답니다. 그전에는 속회라고 부르던 모임이랍니다. 장로교의 구역모임인 셈입니다. 예닐곱 가정들이 함께하는 작은 교회로 한달에 한번씩 각 가정을 돌아가며 모여서 성경공부도 하고 친교도 나누고 하는 모임이랍니다.

지난 십수년간 이 작은 모임에 함께한 적도 거의 없답니다. 제 집사람 혼자 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굳어졌답니다. 그러다 두해 전 부터 이 소모임에 몇 번 참석을 하게되었답니다. 딱히 뭐 아내의 잔소리가 싫어서는 아니었고 어찌 하다보니 한달 걸러 한번, 아님 두달 걸러 한번 정도로 참석을 하였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모임에서 아주 엉뚱한 사건이 일어났답니다. 제가 속한 모임의 구성원들 평균 나이는 60세 전후랍니다. 교회이력으로 따지면 제법 연식이 오래된 분들이고요. 그런데 그날 성경공부를 하다가 누군가가 “좀 체계적으로 성경을 알고 싶은데 마땅한 그런 계기가 없어 어떤 땐 좀 답답하다. 우리 모임에서 함께 그런 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면서 그 가운데 제 블로그 글들을 읽고 계시는 한분이 “김아무개가 좀 그걸 맡아서 해주면 어떨까?”하셨답니다.

그 모임을 주관하는 장로님께서 저에 대한 신뢰(?)가 깊으셨던지 “그거 좋겠다. 그렇게 해보자”고 하실 때, 응당 제가 철이 들었다면 “아이고, 그게 무슨…”하며 손사래를 쳤어야 옳았을 일이건만 회갑나이를 그저 숫자로만 먹어 온 이 철부지가 그만 “그러지요, 뭐”라고 한 것이지요.

그래 올 일월부터 모임 때마다 성서공부를 한 시간여씩 맡아 하기로 했던 것인데,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퍼득 정신이 들면서 “에라이, 이놈아! 나이살 먹고 어찌 그리 철이 안 날수가…”하는 생각이 제 뒷통수를 딱 치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속 넓으신 장로님께서 그리하라고 하여도 그저 덥썩 “예”하면, 교회도 잘 나오지 않는 놈이 교회모임에서 성서 이야기를 하고 가르친다고 듣는 욕이나 악평이야 그 방면으로 연륜이 쌓인 제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고! 모임의 수장인 장로님을 비롯한 속한 모임원들이 받을 그 많은 말들이 어찌 제 몫일 수 있으랴하는 생각이 든 것이랍니다.

그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하고 모임원들께 넉넉하신 마음을 빌었지요. 그 대신 모두에게 누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성서 이야기를 나눌 방법들을 생각해 보았답니다.

그러다 바로 어제 일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 비지니스 모임을 온라인에서 하게 되었답니다. 몇 해전 세탁인 교실을 이 방식으로 한 두해 해 본적이 있는데 그 때와는 환경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답니다.

비지니스 온라인 미팅을 끝낸 후 든 생각이랍니다. 그래 이 방식으로 단 한사람과 만나더라도 성서 이야기를 함께 해보자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지요.

“삶은 독파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다.” – 크리스토퍼 필립스(Christopher Phillips)라는 이가 쓴 책 <소크라테스 카페>라는 책 첫 장을 넘기면 만나게 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책의 소제목들입니다.

 1.  질문이란 무엇인가?(What is the question?)

2.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Where I am?)

3.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가?(Whom do you need?)

4. 이게 다 무슨 소린가?(What’s it all about?)

5. 왜 ‘왜’를 묻는가?(Why ask why?)

소크라테스가 고대 아테네 사람들에게 불어 넣었던 철학적 영감과 질문하는 삶을 오늘 현대인들이 되살려 일깨우는 일에 온몸을 다 던져사는 철학자 크리스토퍼 필립스(Christopher Phillips)의 물음들이 예수쟁이들에게도 그대로 유효하다는 생각으로 큰 간판을 “예수 카페”라고 올려봅니다.

성서를 마주 대하는 첫번째 자세는 ‘믿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는 마음의 주체는 바로 ‘나’입니다. 그래 “내”가 가장 소중합니다. 성서 앞에서 ‘나’를 바로 볼 때 비로소 ‘너’가 보입니다. “네”가 “나”처럼 신 앞에서 똑같이 소중한 사람임을 아는 것입니다. 그런 ‘나’와 ‘너’들이 모인 “우리”들이 보입니다. 그런 ‘우리’의 울타리의 크기 곧 넓이와 높이와 깊이를 키우는 일을 위해 성서를 읽는 것입니다.

그래 작은 간판을 “성서 –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새깁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릅니다. 그저 시작할 뿐입니다. 거의 많은 시간을 저 혼자 이야기로 꾸며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 그럴 개연이 높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제겐 참 뜻있는 순례의 길이 될 것입니다.

제 아무리 백세 시대라 하더라도 예순 해 걸어 온 믿음의 길을 정리해 보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는 성서는 또 새로운 가능을 열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서는 묻지 않으면 침묵한다. 그런데 어떻게 묻느냐 하는 것이 그 대답을 유도한다. 우리는 성서를 자명한 것으로 전제하고 이미 대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 성서 대신 아집에 정좌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려면 계속 성서를 향해 물어야 한다.” – 바로 이 맘으로 시작하는 일입니다.

컴퓨터로 제 얼굴과 제가 보여드리는 자료들을 보며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고, 전화나 스마트 폰으로도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미국 동부시간) 한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 첫시간은 이번 목요일(3월 5일) 저녁 8시 30분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nymeeting.com/492-961-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