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맞이

어제 오늘 사이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지난주에 내린 많은 눈들이 아직 듬성듬성 쌓여있기는 하지만 녹아흐르는 눈물들은 봄에게 쫓기고 있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머님의 계절맞이는 제철 옷 수습하는 일과 이부자리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님과 별로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제 할아버지 곧 어머님께는 시아버지의 제철 한복 챙기시는 일은 늘 어머님께서  첫번째 하시던 계절맞이셨습니다.

당시는 이즈음처럼 멋드러진 한복은 없었답니다. 겨울이면 무명에 솜을 넣은 옷이고, 봄 가을로 무명, 여름이면 삼베였답니다. 손이 여간 가는 옷들이 아니였지요. 저도 스물 무렵 한 때 모시적삼을 걸치고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어머님 아니였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었답니다.

그렇게 어머님께서 식구들의 옷가지들을 준비하고 이부자리를 바꿀 준비가 끝날즈음이면 계절이 바뀌곤 하였답니다.

가을이면 거기에 더해, 쌀과 연탄 채우고 김장독 가득 채우는 일이 더해졌지요.

지금은 정말 단촐해졌지만 어머님은 여전히 아버님과 두 식구 계절맞이를 하고 계시답니다.

그리고 엊그제 제가 즐겨 사용하는 랩탑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여 제 속을 끓게했었답니다. 이렇게 저렇게 제가 할 수 있는 처방을 다해보았지만 치료불가였답니다.

안되겠다싶어 컴퓨터 전문 치료사를 찾아갈까 하다가external hard drive에  backup을 시켜놓고 컴퓨터를 깨끗이 청소해 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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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단촐해지고 깨끗해진 컴퓨터 초기화면을 보며 봄을 맞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잃어버린 자료들과 프로그램들에 대한 미련들은 눈녹듯이 흘려보낼 일이고, 어머님께서 하셨던 계절준비처럼 남아있는 화일들 하나하나 정리해 새 방을 꾸며보는 일로 시간을 보내며 떠올려 본 어머님의 계절맞이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