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8일)부터 이번 토요일(21일)까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힐튼 뉴올리언스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대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국제학 학회(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주최로 열리는 56차 연례 학술대회(ISA’s 56th Annual Convention)에 대한 소식입니다.
이 학술대회에서 내일(20일) 우리들에게 아주 귀에 익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내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이 행사에서 한국인 학자들 몇 분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보도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발표자 네명은 모두 한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하는 분들로서 남태현(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서재정(일본 국제 기독교대학 정치학과), 유종성(호주 국립대 정치사회변동학과), 이윤경(미국 빙햄튼뉴욕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랍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한국의 민주화, 국가론, 신자유주의 정책, 부패 등 각기 다른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이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한국 사회 및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임을 드러낼 것이라고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물”<이윤경 (미국 빙햄튼 뉴욕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참사는 부패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유종성 (호주 국립대 정치사회변동학과 교수)>, 박근혜정부와 정치 엘리트들의 비민주성이 낳은 결과”<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등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하는 연구들인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제 관심을 끌어들인 것은 서재정 (일본 국제 기독교 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주장입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신자유주의’라는 말과 ‘한국적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구별하는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역할을 극대화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신자유주의라고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분단체제’가 파생시키는 국가안보의 필요성이 국가 권력을 강화하고 국가가 사회에 침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적 신자유주의’란 모순구조라는 것입니다.
이 모순구조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라는 말 속에 숨어있던 국가의 폭력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화의 비용과 국가 폭력행사의 결과는 시민사회의 희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한답니다.
세월호와 조국분단을 한 평면에 올려놓고 분석하는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많이 끄덕여졌답니다.
이와같이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연구는 물론이거니와 실제적으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과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들은 “한인”이라는 공동체에 묶인 모든 사람들의 몫일 것입니다.
지난 해 7월, 서울에서 열렸던 ‘2014 서울국제학술대회’에서 울리히 벡(Ulrich Beck) 독일 뮌헨대 교수가 했다는 말은 우리들의 몫을 다하기 위해 꼭 붙들고 있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고, 정치인들은 과거 관행을 답습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정치제도의 정당성 약화가 거세지면서 정치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민들이 이러한 사태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잊지 않는 일” 말입니다.
여기 날짜로 치자면 오늘이 설날입니다.
어제는 기독교력으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었습니다. 예수를 믿는 이들이, 자신과 인류를 위해 대신 죽은 예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을 잊지 않기 위해 지키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첫날이었습니다.
설날은 우리 민족의 전통을 잊지 말자는 날이요, 사순절은 구원에 대한 신앙을 잊지 말자는 기간입니다.
“잊지 않는 일”의 중요함을 알리는 날들이 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