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내에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하여 소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요.(대부분의 주에서 라이플이나 샷건은 18살 이상, 권총은 21살 이상이면 구입할 수 있답니다.)
제 세탁소 손님들 가운데도 각종 총기류 자랑을 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총기류 사고에 대한 각종 사고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답니다. 강절도 등의 범죄행각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사람들 사이의 다툼 끝에 총기류를 사용하는 사고 소식들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답니다.
이즈음에는 좀 숫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내 한인 이민자들이 자영업을 합니다. 특히 동네 코너 스토아들 곧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많답니다. 이런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하여 총기류를 이용한 강절도 사건들이 잊을만 하면 일어난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도 정말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했을 일이랍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세탁소에도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답니다. 저는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운영하던 세탁소에서 종원업이 당한 경우는 있었답니다.
오래 전에 저희 동네를 떠난 이 가운데 한 해에 세번이나 권총 강도를 당한 사람이 있답니다. 당시 30대로 혈기 왕성했던 친구인데 권총 앞에서는 맥을 쓸 수 없었답니다. 생각할수록 당한 일에 분을 풀 수 없었던 이 친구는 끝내 권총을 하나 사서 늘 지니고 다녔답니다.
그렇게 권총을 몸에 품고 다니던 이 친구가 어느날 권총도 팔고 가게도 팔아 이 동네를 떳답니다.
그 때 그 친구가 했던 말이랍니다.
“총 가지고 있으니 꼭 누군가를 죽일 것 같아요. 강절도가 문제가 아니예요. 구멍가게에 잔도둑놈들이 많거든요. 근데 이놈들이 훔치다 걸리면 그냥 웃으며 장난이라고 하면 그만이예요. 그걸 잡았다고 경찰이 제 편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화를 내면 놀려요. 장난 가지고 왜 그러냐고? 거기다 욕까지 듣고 나면 제 손이 저절로 권총으로 가요. 그러다 언제간 꼭 누군가를 죽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 다 털고 떠나는거죠.”
어제 한국 연합뉴스에 <정쟁으로 시작해 무죄로 끝난 ‘사초 실종’ 사건>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떠올린 오래 전 우리 동네를 떠난 이의 소리였답니다.
연합뉴스 제목부터가 어쩜 그렇게 ‘아님 말고’식인지 권총에 손이 저절로 갔다는 그 친구의 심정을 떠올려 본답니다.
정쟁(政爭)으로 시작했다는 말이 애초 그른 말이라는 말씀이지요. 이건 서로간에 다툰 문제가 아니라 어느 한 쪽이 도둑도 강도도 아닌 시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건이라는 말씀입니다.
혹시 이 사건의 중심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전문 읽기)을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마 누구라도 한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말 상식적인 시민 수준의 사람이라면 1시간에서 길게 2시간 정도 투자하시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인데, 읽고 나면 정말 손이 권총으로 가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답니다.
읽고나면 당시 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두 사람이 각자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각자의 통치 영역에 대해 얼마나 치열한 자기 고민 위에 서있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특히 노무현대통령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민족통합에 대한 아주 작은 주춧돌 하나를 얹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답니다.
정말 아무 선입견없이 그 대화록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저처럼 느낄 수 밖에 없는 기록이랍니다.
그런데 그걸 다 세상에 들어내 놓고도 자신있게 큰 소리로 사기를 치고, 그 사기가 먹히는 세상이니 권총에 손이 가는 사람만 미칠 지경에 이르는 것입니다.
오늘도 “아님 말고”라고 뻔뻔스런 웃음을 날리는 이들을 보면서 이어진 생각 하나.
누구나 다 그렇게 총팔고 가게 팔고 동네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총에 손이 닿아 그 뻔뻔스런 얼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이들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