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먼 옛날 이야기 하나

옛날 옛날 고려적 이야기보다도 더 먼 옛날 이야기 하나 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700여년 전 이야기랍니다.

유럽역사에서 그리스가 막 주인공이 되려던 때였고, 성서 이야기로 따지면 다윗이 만든 나라가 남북으로 갈렸다가 북쪽 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멸망을 당하던 무렵의 이야기랍니다. 한반도 역사로 치자면 아직 단군임금이 세운 고조선 시대 쯤의 일이랍니다.

참 먼 옛날 이야기지요.

이 때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였답니다.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기 전에 여러나라들이 각축을 벌렸던 시대이거니와 중국의 생각 곧 사상들이 마구 일어나던 시대이기도 하답니다.

그 무렵 초(楚)나라에 화(和)씨라는 사람이 형산(荊山)이라는 산에서 큰 박옥(璞玉: 아직 다듬지 않은 구슬의 원석原石)을 캐냈답니다. 화씨는 귀한 물건이므로 임금께 바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임금이었던 여(麗)왕에게 이 박옥을 드렸답니다.

여(麗)왕은 이게 진짜 보물인가 아닌가 알아보려고 궁전에 있는 보석장이에게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보석장이는 “이건 보석이 아니라 그냥 돌입니다.”라는 진단을 왕에게 올렸답니다. 화가 난 왕은 임금을 놀렸다는 이유로 화씨의 왼쪽 발을 잘라버려답니다.

여왕이 죽고난 뒤 그 뒤를 이어 무(武)왕이 왕위에 올랐답니다. 화씨는 다시 박옥을 무왕에게 받쳤답니다. 무왕 역시 궁전의 보삭장이에게 감정을 시켰고 보석장이는 똑같이 그냥 돌일 뿐이라는 감정을 내렸답니다. 화가 치민 무왕은 이번에는 화씨의 오른발을 잘라버렸답니다.

무왕이 죽고난 뒤 문(文)왕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말 문왕에 귀에 이상한 소문이 들렸습니다. 형산(荊山)이라는 산에서 두 발이 잘린 사내가 밤낮으로 피를 토하며 울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두 발이 없는 사람이 그 사내 뿐만이 아니거늘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를 알아오라고 시켰답니다.

사내가 울고있는 사연을 들은 신하가 문왕에게 한 말이랍니다. “화씨라는 사내이온데 두 발이 잘려 없어진 것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보배를 가지고 돌이라 하고, 곧은 사내를 가지고 거짓말장이라고 하는 것이 슬퍼서 피를 토하며 울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문왕은 화씨의 박옥을 다듬어 보라고 보석장이에게 명령했더니 그야말로 세상에서 보기드문 보옥(寶玉)이 나왔다고 합니다.

한비자중국 고전인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랍니다.

흔히 우리들이 “옥(玉) 석(石)을 구분 못한다.”고 하는 말의 유래입니다. 보물인지 돌인지를 구분 못한다는 말입니다.

화씨는 두 발을 잘린 이후 그의 옳은 판단을 인정받았지만 화(和)씨 이래 2700여 년 동안 두 발, 두 손, 두 다리, 두 팔 아니 단 하나 밖에 없는 모가지 잘리우면서도 “돌이 아니라 보석”이라는 주장을 펴다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떠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문득 역사의 발전이란 바로 그런 이들의 피거름 위에서 피어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저녁입니다.

옥(玉: 진실)을 주었더니 옥(玉: 진실)을 석(石: 거짓)이라고 우기며 옥을 준 사람(진실을 말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어찌 그리 오늘날에도 여전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