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골로 갈래” – 그 놈들 7

보도연맹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이후 박근혜를 향해 날선 글들을 날리는 언론인들 가운데 한겨레 신문 곽병찬 대기자가 있습니다. 그는 22일자 신문에 실린 87번 째 날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을 “21세기판 보도연맹사건을 꿈꾸는가”라고 달았습니다.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위키백과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도연맹 학살사건(保導聯盟虐殺事件)은, 1950년 한국전쟁 중에 대한민국 국군·헌병·반공 극우단체 등이 국민보도연맹원이나 양심수 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4934명과, 10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대학살 사건이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이 사건에는 미군도 민간인 집단 학살 현장에 개입했다.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철저히 은폐했고 금기시해 보도연맹이라는 존재가 잊혀져 왔지만, 1990년대 말에 전국 각지에서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 피해자들의 시체가 발굴되면서 보도연맹 사건이 실제 있었던 사건임이 확인됐다.

2009년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국가기관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에도 사건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도연맹의 정식명칭은 “국민보호선도연맹”인데, 1945년 해방 후에 남한 내에 있었던 공산주의 세력 약화를 위해 그 이전에 좌익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개입되어 하는 일들이란 성과위주로 평가를 하기 마련이라는데에 있었습니다. 정부주도로 만든 “좌익에 몸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키려다 보니 그 수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고, 으쟁이 뜨쟁이에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이 단체에 반강제적으로 마구 가입을 시켰답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가입된 유명한 사람들로는 양주동, 황순원 ,정지용 등등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즈음 젊은 친구들이 이 이름들을 기억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전쟁이 일어났답니다.

이즈음 일부 얼빠진 놈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해야한다는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일찌감치 부산으로 도망을 쳤는데요, 거기서 “보도연맹이라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과거에 빨갱이(좌익)였기 때문에 다시 저 북쪽 놈들이 되기 십상입니다.”라는 보고를 받게 된답니다.

그래 “쓸어버려!”라는 명을 내린답니다. 물론 아직 북의 빨갱이들이 점령하지 않은 지역의 모든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이 명령의 실행자는 일본 헌병 오장(伍長) 출신인 김창룡이었습니다.

그런데 북의 빨갱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보도연맹”에 가입한 놈들이란 배신자들이었습니다. 전에는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좌익(빨갱이)이었다가 전향한 사람들이 시작한 단체였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이들은 죽을 목숨일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이 단체의 가입자들은 그 이전에 좌익(빨갱이)이였던 사람들 보다 반강제적 또는 눈앞에 보이는 쌀한줌을 얻으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몰살시킨 사건이 바로 보도연맹사건이랍니다.

혹시 “너 그러다 골(谷)로 간다”라는 말을 쓰거나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바로 이 말이 생긴 유래라고도 합니다.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산골로 데려가 집단 학살을 했다는 것에서 연유되었다는 것입니다.

올 2014년에 이 보도연맹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한 사람은 이번 통진당 해산의 빌미를 제공한 이석기입니다. 그는 내란음모죄로 뉴스의 중심이 되었던 지난 8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오는 전쟁을 맞받아치자”고 했습니다.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입니다. 이 말이 과연 어느 한 편에 서서 전쟁을 함께 치르겠다는 말로 들리십니까.

강연에 모인 사람들은 전쟁에서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될지도 모를 진보당 열성 당원들이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보도연맹 사건을 보십시오. 무려 2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입니다.”

바로 한반도 전쟁(Korean War) 때에 있었던 보도연맹 사건처럼 긴급재난이 일어났을 때 자신들이 살기 위한 정당방위로써의 행위를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직 대한민국 법정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은 다 그 놈들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치거나, 옳고 그르고를 논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까닭은 바로 곽병찬이라는 이까지 이런 글을 써 갈기는데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글입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날, 어떤 이는 1972년 유신 전야, 어떤 이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조봉암 선생 사형과 진보당 말소 등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6.25 전쟁 초기 벌어진 ‘보도연맹사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처참했던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말입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저지른 과오를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보인 당 운영의 반민주성과 폭력성, 패권주의는 과거 독재 정권 담당자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이 친북 패권주의와 폭력성과 결별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접게 했습니다. ‘당명’에 삽입한 ‘진보’란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은 결코 약자의 편도 아니었고,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런 정당이라도 심판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헌재 결정은 우리 헌법이 지키려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와 정당 정치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헌재에 정당 해산 여부를 심판하는 권능을 부여한 것은 행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침해로부터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정당의 존립을 재단하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재판관들의 편견과 예단이 그대로 반영되고, 정권의 주문이 그대로 수용된 심판 과정은 민주 사회가 가장 경계하는 ‘인민 재판’의 본보기였습니다.

위에 인용한 글에서 전혀 쓸모없고 문제의 본질과는 상충되는 한 문단이 있답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저지른 과오를 두둔하는 건 아닙니다.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보인 당 운영의 반민주성과 폭력성, 패권주의는 과거 독재 정권 담당자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이 친북 패권주의와 폭력성과 결별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접게 했습니다. ‘당명’에 삽입한 ‘진보’란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들은 결코 약자의 편도 아니었고, 정의롭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론 그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혀 별개의 사안을 하나로 묶어 “나는 아닌데…”라는 빨뺌의 전제로 사용한다면 이른바 “종북문제”는 늘 그것을 자기 이익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기가 되리라는 점입니다.

왜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