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엔 Gaskins씨네 크리스마스 파티에 다녀왔답니다. 지난 시월초에 초대를 하였고, 그 사이 Gaskins씨의 몇 차례 확인이 있었답니다. “꼭 와야한다”며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파티에서 입을 그들 부부의 빨간 셔츠를 찾으러 제 가게에 들렸던 그가 한 말이랍니다. “올해가 여덟번 째 파티이고 해마다 약 백여명을 초대하면 연말이라 바빠서들 대개 60-70명 정도가 오는데 이번에는 못온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한 90명은 올것 같아. 오늘 새벽부터 마누라와 함께 이리뛰고 저리뛰고 정신이 없단다. 아무튼 이따 보자구.”
지난 해에 가보았던 자리라 낯선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오밀조밀 집안 구석구석을 치장하고 있었는데,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답니다. 식전 다과상과 술상에서부터 저녁 테이블 그리고 후식까지 모든 상차림은 Gaskins 부부의 큰손을 여지없이 증명해 주는 정말 넉넉한 것이었습니다.
잔치 개회사(?)를 하는 고등학교 교장선생이신 Mrs. Gaskins이 오늘 파티 참석자들에 대한 소개를 통해 잔치자리에 모인 이들과 Gaskins씨 부부와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후 Gaskins의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인 악기 연주를 통해 알게 된 밴드동호회원들과 Mrs. Gaskins이 근무하는 학교의 사친회원들(PTA members) 그리고 동네 분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Gaskins씨 부부의 단골 세탁소 주인인 저희 부부도 있었고요.
쉬지 않고 늙은 젊음을 과시하는 밴드동호회원들의 연주에 맞추어 먹고 마시고 춤추고 즐긴 멋진 파티였답니다.
옥에 티랄까요?
자기 마누라가 밴드동호회에서 건반을 치고 있다는 사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갑자기 제게 던진 질문과 제 답이었답니다. “너 일본사람?”, “아니 한국인”, “남? 북?”, “남” 그렇게 교차문답이 끝난 후 그가 제게 던진 물음이랍니다.
“북한이 했다는 ‘디 인터뷰(The Interview)’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어떻게 생각해? 진짜 개네들이 했을까? 우린 지금 IS만으로도 충분히 골 아픈데 말이지.”
속으로 “하필 이런 친구를…”하는 생각을 하며 제가 던진 답이랍니다. “개네들이 무슨 그런 능력이 있겠어? 옛날 후세인의 이라크 같은 거 아닐까?”
찜찜해하는 제 표정에 재치있는 제 마나님이 나섰답니다. “정치나 이념, 뭐 이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파티 분위기를 깬다고들 하지요. 부인께서 건반 치신지가 오래 되셨나요?”
무릇 분단(分斷)이나 통일(統一)은 거대 담론(談論)만이 아니랍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불편일 수도 있답니다.
이 이민(移民)의 땅에서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