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차이

제가 살고 있는 델라웨어주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해가 떨어지면 캄캄하답니다. 가로등을 거의 볼 수가 없답니다. 물론 시내 중심가나 상점가들에는 가로등이 밝게 빛나지만 저녁 9시즈음이면 대부분 상가들이 문을 닫고 조용하답니다.

그저 무덤덤하게 이번 분위기에 맞추어 살다보니 이런 풍경이 몸에 아주 익숙하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웃 대도시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면 제가 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답니다.

그러다보니 아주 급격한 변화도 없는 곳이랍니다. 미국 남부 여행을 하다가 돌아오면 이 곳 사람들도 급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긴 합니다만, 1970년대 서울 풍물에 익숙한 제 눈에는 여전히 느긋한 촌냄새가 풍기는 곳이랍니다.

이 마을에서 제가 세탁소를 하며 밥먹고 살기 시작한지도, 거하게 말씀드리자면 사반세기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답니다. 손님들의 모습들과 그들이 맡기는 세탁물 역시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유행의 변화는 있어왔지만 그저 이 곳 분위기(제 가게가 위치한 동네 분위)에 맞을 성 싶은 가격대의 옷들을 세탁한다는 말씀입니다.

이젠 제법 경륜이 쌓인 세탁소 경험 가운데 딱 두번 제 세탁소와 이 지역 형편에 맞지않는 고가품의 옷들을 세탁한 때가 있답니다.

한 때는 약 십오륙 년 전의 과거 일이고, 또 다른 한 때는 바로 이즈음이랍니다. 제 가게 근처에 대학교가 있고 이 대학교의 어학연수원에 해마다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배우고 간답니다.

십 오륙년 전, 한국에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 한 때 한국에서 온 어학연수원 학생들이 들고 온 세탁물들은 동네 사람들의 세탁물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의 옷들이었답니다. 한 때 그랬다는 말씀입니다.

이즈음에 세탁료는 묻지도 않고 고가의 옷들을 맡기고 가는 젊은이들의 거의 백프로가 중국에서 온 연수원 학생들이랍니다.

“중국” – 이제 가히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양분하는 세력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오늘 CNBC 뉴스는 그런 중국에 대해 다루는 프로를 내보냈답니다. 초강대국인 중국이 이미 경제, 군사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세계는 물론 아시아를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에 비해 아직은 20년 이상 쳐져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그 뉴스를 보다가 생각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한국, 한국민에 대한 생각 하나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중국의 영향을 받는 문화 관습속에서 자라고 사고하며,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사는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중국적 사고와 미국적(또는 서구적) 사고방식의 근원적인 차이는 “신(神)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일 것입니다.

오랜 기간 기독교 영향 아래서 역사발전을 이룩한 서구 및 미국적 사고의 바탕에는 창조주(創造主)이자 자연과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신(神)이 있습니다.  나아가 인간은 자연에 대해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수준의 위치에 놓여 있다는 사고의 틀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에 반해 중국의 전통적 사고에는 이런 서구적 개념의 신(神)이 없습니다. 물론 하늘(天)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이 역시 서구적 신의 개념은 아닙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중국적 사고의 시발입니다. 해, 달, 별은 물론이거니와 인간, 소, 개, 말에서 신(神)조차도 자연를 이루고 서로 상생하는 일부분들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중심에는 바로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습니다.

서구적 사고의 윤리 또는 도덕적 기준이 신(神)에게 있다면, 중국적 사고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은 바로 사람에게 있는 것입니다. 윤리(倫理)의 윤(倫)이 사람 인(人)변으로 시작하는 것이나 도덕(道德)의 덕(德)이 마음 심(心)변으로 시작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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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흐름과 믿음이 바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는 것이 중국적 사고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소련을 상대하며 세계를 이끌었던 시대와는 사뭇 다른 까닭입니다.

군사, 경제적인 힘으로만 양국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생각의 바탕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교적인 틀로 기독교를 해석하고 벼락부자들의 천민 자본주를 신이 주신 복으로 믿고 사는 일부 한국인들도 곁들여 생각해 보면서…

촌구석 세탁쟁이가 모처럼 중국 아이들이 맡긴 고가의 옷들과 CNBC의 방송을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