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 서북청년단

주일 아침, 시간여행을 해봅니다.

인터넷 한겨레에 실린 ‘한영수-서울모던타임즈’ 소개 글을 통해 해보는 여행입니다.

한영수문화재단이 사진집 ‘한영수-서울모던타임즈’를 출간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작가 한영수(1933-1999)가 담은 1950∼60년대 서울 모습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제 유년과 소년시절을 추억해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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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냇가가 모래내는 아니지만 제 유년의 모래내도 이런 풍경이었답니다. 어머니와 동네 아낙들은 잿물을 끓여 빨래를 삶아 냇가에서 두드려 헹구어 풀밭에 널어 말리곤 했답니다. 코흘리개 우리들은 땅을 파고 놀거나 삶은 감자 하나가 주는 행복을 만끽하곤 하였습니다.

5©한영수,서울1956-1963

달구지, 버스, 전차, 시발택시, 그리고 강한 두 다리가 동시에 도로에 놓인 사진은 그 시절 문안(사대문안)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었습니다.

8©한영수,서울1956-1963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 타고 다녔던 전차에 대한 추억도 있답니다.

시간여행이 여기까지였으면 행복했을텐데…

선우휘의 테러리스트로 이어진 여행으로하여 주일 아침 기분을 상하고 말았답니다.

2014년 오늘 서울 한복판에 등장했다는 ‘서북청년단’ 사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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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시간을 70년이나 돌려놓는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 2014년 현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기기 않는 일입니다.

오늘날 조선일보의 모습을 공고히한 김대중(조선일보의), 유근일, 조갑제 이전에 그 터를 닦아놓은 이로 선우휘가 있습니다.

그가 쓴 소설 테러리스트가 발표되었던 것은 1956년이었습니다. 선우휘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지만 그가 극단의 반공주의자였음에는 별 이론이 없습니다.

이른바 서북청년단은 해방공간에서 반공기치의 선봉대였습니다. 전후(한국전쟁후) 남쪽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자 서북청년단에 속했던 사람들의 목표가 사라집니다. 소설 테러리스트는 그런 류의 청년 세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옛날 서북청년단 전성기 때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인물과 정치깡패로 변신하는 인물 그리고 끝내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인물들입니다.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선우휘조차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단체가 바로 서북청년단입니다.

실제 서북청년단에 몸담았던 그 시절의 청춘들은 대부분 권력자들의 소모품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역사적 사실입니다.

2014년 9월, 서북청년단 글자를 가슴과 등판에 새기고 1950년대로 살아가려는 한심한 인간들에게 소모품이란 말이 가까이 닿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