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많거니와 하고픈 말들은 쌓여있건만 단 한마디의 말이나 한 줄의 글조차 부끄러워 그저 맥을 놓고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단 저 뿐만이 아닐겝니다.
기적은 통상 바라는 사람들에게 일어납니다만 그 바램을 들을 귀도, 볼 눈도, 느낄 감성조차 없는 오직 돈에 환장한 악귀들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단 한명의 목숨도 살려내지 못한 채 이제 주검을 제대로 가족들에게 돌려 줄 수 있기만을 바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세월호.
2014년 4월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이게 국민을 위한 나라(국가)냐?”라는 물음은 “그걸 이제 알았냐?”라는 뻔뻔스럽게 당당한 답으로 돌아옵니다.
이쯤되면 무능, 무책임에다 태생자체가 비합법적인 부정한 정권에 대한 타도(打倒)운동이 일 법도 하건만 야당의 대표라는 위인들의 언행을 듣자하니 책임질 정권과 한 통속일 뿐입니다.
그저 분노가 입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품은 분노는 풀어야합니다. 쌓이면 병이 들기 때문입니다.
총론과 각론으로 따져 하나 하나 이야기하며 분노를 푸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길에서 막아 선 단 하나의 질문에 그저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너는 떠난 사람 아니냐?”라는 물음이었습니다. 그 물음 앞에서 “다시 보따리 싸고 들어가 싸우련다.” 대답하지는 영영 못할 형편이랍니다.
그렇게 풀지 못하는 병에 눌려 답답한 사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 돌이켜보니 참으로 긴 싸움으로 이어 온 역사였습니다. 옛날 옛날 고려적 이야기는 접어 놓더라도, 이조(李朝) 오백년 이래 일제 식민지를 이어 북에 김씨 조선, 남에 박씨 조선이라는 아직도 군주국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시대에 이르기 까지 끊이지 않게 싸워 온 역사였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진보의 과정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십대 아이들이라는 삼백 명이 넘는 목숨들을 생으로 수장시킨(솔직히 저는 단 한 생명이라도 숨 줄 붙들고 있으리라는 바램은 버렸으므로) 거대한 세력(그것이 박근혜라는 정권의 수장 아니면 그에 빌붙은 그 세력이던, 관(官)이라고 부르는 수백년 이래 철밥통 세력이던, 돈과 권력에 환장한 군(軍) 또는 민(民)의 세력이던) 들의 불의로 인해 진보의 과정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제 오월을 맞아야겠습니다.
일상적인 일로 돌아가면서 이제 제가 서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 작은 일들을 해 보려고 합니다. 그 하나로 남, 북 조선 곧 북의 김씨 조선과 남의 박씨 조선이라는 전제군주국의 모습들을 찾아 보는 일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이제 오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