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성(理性) – 영화 변호인을 보고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본 게 언제적 일인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민(移民)온 이후 영화관을 찾아가 한국영화를 본 일이 이번이 처음이니 아마 족히 삼십 년은  넘은 듯 합니다. 

몇 년전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가까운 필라델피아 영화관에서 김기덕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때 그 영화를 보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가 끝내 보지 못했던 적이 있었고요. 나중에 집에서 다운 받아 보고는 김기덕감독의 영화들을 두루 찾아 보기도 했었답니다. 

아무튼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TV 모니터로 보는 맛은 좀 다르지요. 

그러다 엊그제인 월요일 밤에 마침내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보게 되었답니다. 영화 “변호인”을 필라델피아  Warrington에 있는  Regal Cinema에 가서 보고 온 것이지요.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보아야 제 맛이더라고요. 

영화를 보러 가자는 제의를 두 군데 다른 모임에서 받았답니다. 한 곳은 저와 세상 보는 눈높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고, 다른 한 곳은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영화상영기간(2. 21- 2. 27 딱 일주일)이 짧아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까닭도 있었지만, 세상보는 눈이 비교적 저와 다른 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있고해서 두번 째 그룹인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이들과 영화를 같이 보았답니다. 

다들 가게들을 하고 있는 처지라 문을 닫은 후 함께  저녁식사도  한 뒤에 영화를 보기로 하고, 마지막 상영시간인 9시 50분에 시작하는 것을 택했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새벽 1시 반이 넘었답니다. 

그날 함께 영화를 본 이들의 평균 연령는 거의 육십에 가깝답니다.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일상의 일탈에서 일어난 피로가 계속되는 나이들이랍니다. 

아무튼 함께 영화를 본 아홉 명 가운데  여섯명은 이즈음 한국의 표준어가 된 듯한 경상도 말을 쓰거나  그 곳이 고향인 분들이었고요, 저도 태생은 피난지 부산에서 났으니 그렇게 따지면 일곱이 영남이 되겠네요.  굳이 정치적인 성향이나 세상보는 눈으로 따져 보자면 저와 제 아내를 빼고는 아무래도 이른바 보수쪽(?)으로 기우는 분들이었답니다. 

모두 아이들이 거의 다 컸다는 공통점도 있겠군요. 우리 부부가 이 곳 델라웨어에서 살면서 함께하는 정말 참 좋은 한국인 이웃들이랍니다. 

그렇게 영화 변호인을 보았답니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나이 탓도 있고, 밤 늦은 시간 탓도 있고, 함께 타고 간 ben 운전을 맡은 이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영화 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답니다. 

다만 제 생각은 이 그룹과 영화를 함께 본 일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서적 시각으로 영화  “변호인”을 보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다른 그룹인 저와 생각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았다면 뭐 이데올로기까지 나아갈 정도의 영화가 아니니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인권문제라던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정치인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되씹음 등의 생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함께 이 영화를 본 이들의 입장에서 느낌을 찾아보려고 하니 영화의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왔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본 후 제게 크게 다가온 것은 두가지랍니다. 

주인공 송우석변호사에  대한 느낌은 이미 “느낌 아니까!”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답니다.

0영화 변호인4

두가지 중에 첫번 째는 악역을 맡은 배우들을 비롯한 조연들 곧, 검사역을 맡은 조민기배우와 고문경찰 차동영역의 곽도원배우, 판사역의 송영창배우, 사무장역의 오달수배우 등의 열연이었습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사람 일반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바로 “사람들의 생각”이랄까, 또는 “이성(理性)”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만이 지닌 뛰어난 능력의 한계랄까, 그것을 잘 전해주는 이른바 조연들의 열연이었답니다. 

사람들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뛰어날 수 있는 여건 중에 하나가 바로 이성(理性)이라는 것이지만 그  이성이란 것이 늘 잘못될  수가 있고, 때론 그 잘못된 이성은 짐승만도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그 조연들이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답니다. 

무릇 신앙이란 바로 이런 인간들의 이성 곧 사람들 생각에는 한계에 있다는 고백 끝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신앙을 마구 짓밟는 세력들은 늘 있어왔지요. 때론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고문경찰 차동영의 이데올로기는 영화속 시대 상황인 1980년대가 아닌 영화를 돌리고 있는 바로 오늘 2014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세지를 전해 준 영화랍니다. 

두번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피고 송우석을 변호하려고 그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송우석의 정신”을 변호하려고 했을까? 라는 물음입니다. 그들 모두가  “변호사”라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변호가 아닌 “송우석의 정신”을 변호했거나 그렇게 노력해 왔다면 오늘 한국사회는 정말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모처럼 즐긴 문화생활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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