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 – 포로기 6

(당신의 천국 – 쉰 여섯 번 째 이야기) 

과거의 역사를 복기하며 미래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 Nouriel Roubini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뉴욕대 교수)  

‘너희의 하느님 야훼께서 앞장서서 친히 싸워 주실 것이다. 에집트에서 너희에게 해 주신 일을 목격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몸소 그대로 해 주시리라.  광야에서도 그렇게 해 주시지 않았느냐? 너희가 바로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길에서도 야훼 너희 하느님께서는 마치 사람이 제 아이를 업듯이 너희를 업어다 주시지 않았느냐?  그렇게까지 해 주셨는데도 너희는 너희 하느님 야훼를 믿지 않았다. – 신명기 1 : 30 -32 

바벨론 포로 시절에 일했던 신명기 역사학자들의 정신은 신명기에 담겨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의 제목을 보면 대략 그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성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세기(創世記) 는 천지창조 이야기, 출애굽기(出埃及記)는 애굽 탈출 이야기, 레위기는 제사법전, 민수기(民數記)는 인구조사 이야기라는 가늠이 가능합니다. 

한국어 성서는 초기에 중국어 번역본을 재번역해서 이루어진 것들이지요. 그래 제목들도 중국어(한자어) 성격과 일치하는 것이 많답니다. 모세 5경 중에 중국어 번역본과 한글 번역본의 제목이 다른 것은 레위기 하나 뿐입니다. 중국어는  利未記라고 한답니다. 영어 번역본 제목이Leviticus인데 이걸 중국어 발음과 가깝게는利未이 되고 우리말로는 레위가 된 것이지요. 

그러면 신명기(申命記)는 무슨 뜻일까요? 영어 번역본은Deuteronomy   라고 되어 있지요. 영어 제목의 뜻은deutero- 가 “두번 째” 또는 “다시(再)”라는 뜻이 있고 –nomy는 어떤 학문을 말할 때 붙이지요. 그러니까 다시 쓴 이야기 정도의 뜻이 있겠지요. 

이걸 한자어로는 申은 보통 ‘납 신’이라고 해서 나비 곧 원숭이를 뜻하는데요, 그 이외에도 ‘알리다, 펴다 (신고 申告, 신문고 申聞鼓 등)’라는 뜻이 있답니다. 命은 명령이고요. 그러니까 하나님의 명령을 알리는 책이라는 뜻인데, 때로는 申의 의미에는 重 곧 다시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신명기(申命記)라는 책의 정확한 의미는 “하나님의 명령을 다시 알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그리스어 성경본의 제목(deuteronomion)  역시 “다시쓰는 법전a copy of this law 또는 두번 째 법전this second law” 이라는 뜻이 있으니 신명기라는 제목은 알맞은 번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바벨론 포로들은 대부분 유다의 전통과 관습에 통달한 계층이었습니다. 에스겔이 제사장 출신이었다거나 이제 우리들이 이야기하게 될 다니엘 등의 출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조상 대대로 입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들(구전)과 수많은 단편적 기록(원 신명기라고부르기도 한답니다.)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전통과 신앙에 따르면 야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신들 곧 유다민족의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자손 만대까지, 세상 끝날 까지 번성과 영화를 누리며 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던 조상들의 신 야훼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길들은 야훼 하나님을 버리고 바벨론인들로 살아가는 방법과 야훼 하나님께 매달려 미래의 세상을 바꾸는 일에 매달리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실제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이 시절의 바벨론 기록에 따르면 재빨리 바벨론 사람이 되어서 큰 돈을 번 유대인들의 이야기들이 남아 있답니다. 

“지난 세기에 발견된 상업용의 고대 문헌을 기록한 토판문서에는 수많은 히브리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 중략  – 히브리인들은 바벨론의 모든 환경에 적응하여 언어까지도 받아 들었다.” , “그러나 이방세계와 민족적 사회적으로 혼합되는 길을 그들의 독특한 종교적인 특성이 막아주었다.”  – 군네벡(Gunneweg)이 쓴 이스라엘 역사에서 

8297692520_4e7a43ffcf_b

그들 가운데 신명기 역사가들이 택한 방법은 유다민족이 걸어 온 지난 일들을 되돌아 복기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왜 우리들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왜 야훼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이 바벨론 땅에 끌려 오게 하셨는가?”, “그럼 이제 야훼 하나님은 우리들을 어쩌실 작정이신가?”라는 물음들을 안고 지난 일들을 돌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전해 오는 이야기들과 그들이 지니고 있는 기록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야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찾아 보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것을 기록해 남기는 일들을 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신명기를 비롯한 신명기 역사서들(여호수아, 사사,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입니다. 

이 역사서들을 기록하면서 그들이 사용한 잣대 곧 사관(史觀) 을 일컬어 신명기 사관이라고 합니다. 

그 사관의 기본 틀은 “야훼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시다. 계약을 위반한 쪽은 언제나 유다와 이스라엘이었다. 야훼 하나님은 유다 민족을 향해 첫번 계약의 정신으로 돌아 올 것을 늘 촉구하셨다. 여전히 계약을 위반하고 제 고집만을 피우는 유다민족에게 훈계의 채찍을 치셨고, 우리가 바벨론에 있는 까닭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만 간다면 신실하신 야훼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셔서 새 세상으로 인도 하신다.”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신명기 역사가들이 생각한,  돌아가야만 하는 계약의 기본 정신은 누구에게나 평등함이 이루어 지는 공동체로 돌아가는 정신이었습니다.  오직 야훼 하나님 한 분 이외에는 평등한 사람들이 온 몸과 마음과 혼과 영을 다하여 야훼 하나님을 섬기며,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공동체로 돌아가자는 정신 곧 믿음이었던 것입니다. 

야훼 하나님은 이들의 노력을 외면치 않으셨습니다. 천년 만년 갈 것 같던 바벨론제국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제 다니엘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아주  짧은 기록으로 남아있는 오바디야(오바댜) 예언자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가렵니다. 구약성서 가운데 단지한 장 그것도 21절로 끝나는 정말 짧은 책입니다. 내용은 유다의 영원한 적인 에돔의 멸망과 이스라엘의 승리를 예언하는 것입니다. 야곱과 에서에서 시작된  후손들의 끈질긴 다툼에 대한 경고와 야곱 가문의 승리를 예견하는 것인데요, 이 책에서는 야곱 가문인 유다가 바벨론에게 망할 때에 에돔이 돕기는 커녕 고소해 하는 죄 때문에 애돔이 망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행태에 대한 벌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랍니다. 

이제 다니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