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천국 – 마흔 여덟번 째 이야기)
그래서 야훼께서 바빌론 왕을 끌어 들이시니, 바빌론 왕은 성소에서 장정들을 칼로 쳐죽였다. 그는 장정, 처녀, 늙은이, 약자 할 것 없이 모조리 쳐죽였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그의 손에 붙이셨던 것이다. 그는 하느님의 성전 그릇들을 크건 작건간에 모두 쓸어 가고 야훼의 성전 창고와 왕궁 창고를 털어 갔으며 대신들도 바빌론으로 모두 붙잡아 갔다. 하느님의 성전을 불살랐고 예루살렘성을 허물었으며 궁궐들을 불살라 버리고 거기에 있던 값진 것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 느부갓네살은 칼에 맞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자들을 바빌론으로 붙잡아다가 페르샤 시대가 되기까지 대대로 종으로 부렸다. 이리하여 이 땅은 긴 세월 동안 황폐되어, 밀렸던 안식을 다 찾아 누리며 칠십 년을 채우리라고 야훼께서 예레미야를 시켜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 역대기하 36 : 17 – 21
야훼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내리기 시작한 것은 아몬의 아들 요시야가 유다 왕이 된 지 십 삼 년 되던 때의 일이었다. 야훼의 말씀은 그 후로도 요시야의 아들 여호야킴이 유다 왕으로 있는 동안, 또 요시야의 다른 아들 시드키야가 유다 왕이 된 지 십 일 년 되던 해의 오월, 그의 통치가 끝나고 예루살렘 시민이 포로로 끌려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 예레미야 1 : 2 – 3, 이상 공동번역
우리에게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기록에 따르면 이같이 우리 히브리국가는 두 번씩 유브라데강을 넘어 포로로 잡혀가는 비운을 겪으면서 비참한 종말을 맞이했던 것이다.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 10권 9장에서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한 때 제가 가장 매료되었던 사람이 예레미아입니다. 제 나이 푸르던 때의 일입니다. 예레미아서와 애가를 읽고 또 읽고 했던 때가 있었답니다.
예레미야를 읽다가 보면 정말 사람 냄새가 그득하답니다. 정말 사람다운 사람의 냄새가 난답니다.
우선 예레미야는 좀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겁도 많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눈물도 많았습니다. 그는 눈물샘이 말라 울수 없을 때까지 울었던 사람입니다.
“내 머리가 우물이라면, 내 눈이 눈물의 샘이라면, 밤낮으로 울 수 있으련만, 내 딸 내 백성의 죽음을 곡할 수 있으련만… 예레미아 8 : 23”
그는 자기를 못살게 구는 자들을 없애달라는 기도를 자신있게 드린 사람입니다.
“저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을 야훼께서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죄를 벗겨 주시지 마시고 잘못을 용서해 주시지도 마십시오. 분김에 해치우시어 거꾸러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셔야 하지 않겠읍니까? 예레미야 18 : 23″
그는 야훼 하나님께도 마구 대들었던 사람입니다.
“아아,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읍니까? 예레미아 15 : 10”, “야훼여, 저는 어수룩하게도 주님의 꾐에 넘어갔읍니다. 주님의 억지에 말려 들고 말았읍니다. 그래서 날마다 웃음거리가 되고 모든 사람에게 놀림감이 되었읍니다. 예레미야 20 :7”
그러나 그는 철저히 야훼 하나님께 매인 사람이었습니다. 갖은 고난과 감금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야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명령이 옳다는 것을 믿고 오직 외길만을 걸은 사람이었습니다. 갖은 수모 끝에 자신의 백성들에게 맞아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실을 주저없이 선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요시야왕 때부터 유다왕국이 멸망하는 모든 과정을 겪으며 자기 백성들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잇기 전에 그가 살았던 시대를 한번 죽 훑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아시리아의 급격한 몰락이 시작될 즈음 남쪽 이집트가 먼저 움직입니다. 요시야왕이 이집트 왕 느고에게 맞서다 죽은 것은 그의 나이 서른 아홉살 때의 일입니다. 정말 한참 나이에 불꽃처럼 살다 간 것입니다.
그가 죽은 후 유다는 급격히 무너집니다.
요시야를 죽인 이집트 세력 아래 놓인 유다의 왕위를 이은 것은 요시야의 아들 여호아하스입니다. 그는 고작 삼개월 왕위에 앉아 있다가 이집트 세력에 의해 내쫓깁니다. 이집트는 그의 형 엘리아킴을 왕위에 앉히고 이름을 여호야킴으로 부르지만 그는 십 일년 만에 사슬에 묶여 바벨론으로 끌려갑니다. 그의 아들 여호야긴이 왕위를 이어 단지 석달 열흘만에 바벨론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갑니다.
그리고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가 등극합니다. 그는 전왕인 여호야긴의 삼촌, 곧 요시야왕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를 왕위에 앉힌 것은 바벨론이었습니다. 그는 나약한 군주였고 국제정세에 매우 어두웠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대세가 바벨론에게 넘어간 시점에서 이집트의 원조를 꿈꾸며 바벨론에게 대항하였다가 예루살렘의 철저한 파괴을 불러 드립니다. 시드기야의 마지막 모습을 성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시드기야가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들을 처형하고, 시드기야의 두 눈을 뺀 다음에, 쇠사슬로 묶어서 바빌론으로 끌고 갔다. 열왕기하 25 : 7”
요시야가 죽은 후 멸망하기까지 유다는 친 이집트파와 친 바벨론파 사이에 왕국의 생존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야훼 하나님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의 백성들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록 당시 자신의 동족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기 까지, 그가 믿고 의지한 야훼의 말씀을 선포했던 예레미야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