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崩壞) – 예언자 17

(당신의 천국 – 마흔 여섯 번 째 이야기)

오호라, 아시리아의 임금아, 네 목자들은 영영 잠들었구나. 네 용사들은 깰 수 없는 잠에 빠졌구나. 네 군대는 다시 모을 길 없이 이 산 저 산에서 흩어졌다.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느냐?    네 상처는 나을 길이 없고 얻어 터진 자리는 아물 길이 없다. 내내 너의 행패를 당하던 사람들이 네가 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 손뼉을 치며 고소해 하리라. – 나훔 3 : 18-19 

대사제 힐키야는 야훼의 성전에서 헌금을 꺼내다가 모세를 거쳐 전해진 야훼의 법전을 찾았다. 힐키야는 곧 공보대신 사반에게 야훼의 성전에서 법전 찾은 일을 고하고 그 책을 사반에게 넘겼다. 사반은 그 책을 가지고 어전에 나아가 아뢰었다. – 역대기하 34 : 1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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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는 인류사에 있어 급격한 변화들이 마구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손꼽을만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가 소련의 붕괴일 것입니다. CCCP로 표시되었던 나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멸망과 해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할만치 급격하게 일어난 일입니다. 

지구 육지 면적의 1/6을 차지했던 거대한 국가, 인류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이차대전 이후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며 한 축을 이루었던 나라 소련이 급격하게 붕괴된 주된 요인은 경제 침체와 다민족 국가 연합체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 한민족에게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세력의 한 축으로 영향을 주었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거대한 나라 소련이 무너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5 – 6년 사이랍니다. 

그리고 약 2600여년 전 중동의 거대 제국 아시리아가 무너진 것도 그 나라의 역사로 비추어 볼 때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랍니다. 

약 2000년 동안 오늘날의 중동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최대 강국으로 군림하였던 아시리아가 멸망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0여년 정도였답니다. 

소련이 약  74년 여간 존립하였고  망하는데  5-6년 정도가 걸린 것에 비한다면 아시리아의 멸망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시리아는 망하기 약 백년 전 쯤부터 오십 여년간,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아시리아제국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당시 최대의 경쟁국들이었던 바벨론과 이집트 까지 아시리아의 영향 아래 둔 것입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이 멸망한 때였고, 남왕국 히스기야왕과 그의 아들 므나쎄의 시대였습니다. 

특히 유다왕 므나쎄의 재위 기간 동안 아시리아의 국력은 국가 사상 최대의 영토를 지배할 만큼 대단하였습니다. 히스기야를 이어 왕이 된 므나쎄는 남 북 왕국을 통털어 가장 오랜 기간 왕위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55년 동안 왕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서는 그에 대해 이런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므나쎄는 십 이 세에 왕위에 올라 예루살렘에서 오십 오 년간 다스렸다. 그는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그릇된 정치를 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 면전에서 쫓아 낸 민족들의 역겨운 풍속을 따라,  부왕 히즈키야가 허물어 버린 산당들을 다시 세웠고 바알 제단을 쌓았으며 아세라 목상을 만들었고 하늘의 별들을 절하여 섬겼다.”- 역대기하 33 : 2 – 3 

55년이라는 장기 집권을 한 왕에 대한 기록치고는 아주 짧은 기록만 남기고 있고 그나마 야훼 하나님의 눈에 거슬렷다는 기록 뿐이랍니다. 

므나쎄왕 시대의 아시리아는 당시 중동에 있어 대적할 적이 없는 유일한 강국이었습니다. 바벨론은 직접 통치를 하고 있었고, 이집트 원정을 몇 차례나 성공적으로 치루어 이집트도 조공을 바치던 시절이었습니다. 

작은 나라 유다왕국의 므나쎄 역시 조공을 바치는 신세였습니다. 그런데 조공을 바치는 봉신국가를 뛰어 넘어 스스로 아시리아에게 충성을 받쳤던 므나쎄의 모습들이 실제 역사 기록에 남아 있고, 이런 행위들이 야훼 하나님 눈 밖에 난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아시리아는 수많은 민족과 소국가들을 무력으로 점령하여 영토를 넓혔던 탓으로 가급적 점령 국가들의 전통과 신앙을 존중하는 정책을 폈답니다. 그런데 므나쎄는 자기 아버지 히스기야왕하고는 달리 적극적인 친 아시리아 정책을 펴면서 아시리아의 종교와 신을 받아드려 모셨다는 것입니다. 

유다왕국에는 다시 산당들이 세워지고 각종  이방신들이 넘쳐 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아시리아가 순식간에 멸망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멸망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내부적인 다툼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외부의 새로운 세력들의 등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시리아의 왕과 바벨론을 통치하던 동생 사이의 싸움,  그리고 다양한 민족들의 반란 등이 이어진 내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것입니다. 

아시리아가 급격히 무너져 가는무렵 유다왕 므나쎄가 죽고 그의 아들 아몬이 왕위를 잇지만 이년 만에 죽고 맙니다. 성서는 그의 죽음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는 신하들의 반란으로 자기 궁궐에서 맞아 죽었다.- 역대기하 33 : 24” 

역사는 아몬왕이 친아시리아 정책을 펴다가 반아시리아파 신하들에게 죽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치 고려시대 말과 이조시대 초에 있었던 ‘원(元)나라냐 명(明)나라냐”하는 싸움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지요. 

아몬이 그의 아들 요시아가 왕위에 오릅니다. 그의 나이 여덟살 때의 일입니다. 이 요시아는 유다왕국의 아주 주요한 인물이자 구약성서 전체를 통해서도 아주 주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예언자 나훔이 아시리아의 멸망을 예언한 시점도 이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