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反逆) – 왕국 14

(당신의 천국 – 스물 아홉 번 째 이야기) 

솔로몬은 무려 칠백 명이나 되는 후궁을 거느렸고 그 외에 수청드는 여자가 삼백 명이나 되었다. 왕은 여인들에게 빠져 마음이 흐려졌으며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 열왕기상  11 : 3 

야훼께서 솔로몬에게 노하셨다. 그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훼를 마음으로부터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 열왕기상 11 : 9 

(예언자) 아히야는 자기가 입고 있던 새옷을 벗어서 열 두조각으로 찢었다. 그러면서 여로보암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중략 – “잘 들어라. 내가 솔로몬의 손안에 있는 이 나라를 찢어 너에게 열 지파를 주리라.” – 열왕기상 11 : 30- 32, 이상 공동번역 

혹시 해동증자(海東曾子)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해동(海東)은 옛날 중국에서 한반도를 지칭하는 말 가운데 하나랍니다. 증자(曾子)는 아주 뛰어난 공자(孔子)의 제자로서 적통을 이어 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특히 증자는 효(孝)에 관한 한 대가로 알려져 있고 그가 쓴 책이 효경(孝經)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해동증자, 곧 한반도의 증자같은 사람은 누굴까요? 아마 아주 예상 밖의 인물일 겝니다. 바로 백제의 마지막 임금이랍니다. 삼천궁녀로 유명한 바로 그 의자왕(義慈王)입니다. 누가 그렇게 기록하고 있느냐고요?  신라와 함께 백제를 멸망시킨 당서(唐書) 동이열전(東夷列傳)편에 나오는 말이랍니다. 

낙화암

백제  31대 임금인 의자왕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그 첫번 째 까닭은 역사의 승리자였던 신라 위주로 기록한 김부식의 삼국사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여러 연구 결과들로 인해 의자왕의 제 모습들이 많이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삼천 궁녀 이야기지요. 물론 의자왕이 술과 여자를 좋아했던 것은 틀림없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삼천 명의 궁녀를 거느리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의자왕으로부터 약 750년 쯤 뒤에 생긴 조선시대 임금들이 거느린 궁녀 수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을 때 600 – 700명 정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그런데 왜 삼천궁녀 소리가 나왔을까요? 한마디로 뻥이고요, 중국의 천자는 삼천궁녀를 거느린다는 민간적 속설(이 또한 뻥이랍니다.)이 의자왕 이야기에 결합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솔로몬이 거느렸었다는 천명의 여자들은 사실일까요? 

그  또한 불가능한 일이랍니다. 솔로몬 역시 여색을 즐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거느리는 여자들이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 많다는 뜻으로 천이라는 숫자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지요. 

일테면 “만백성”의 ‘만’이 숫자가 아닌 온나라의 사람들을 뜻하듯이, ‘천’이라는 숫자는 보통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만큼 많은  여자들을 거느리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한 것이지요. 

그런데 솔로몬이 천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살았건, 만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살았건, 이미 야훼 하나님이 약속하신 부귀 영화인데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었을까요? 그만큼 누리는 게 다 야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인데 말입니다. 

사실 솔로몬은 다윗의 그늘 아래 있는 인물입니다. 솔로몬이 여색을 밝힌 것 까지는 그 당시의 여건으로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랍니다. 다만 그 여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 전통을 지닌 여자들이 아니라 다른 문화 전통을 이어받은 이른바 외국 출신들이라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여건을 만든 것은 솔로몬이 아니라 다윗이었습니다. 다윗이 가나안을 통일하면서 내건 정책이 바로 포용정책이었지요. 남쪽 유대, 북쪽 이스라엘, 가나안 원주민, 블레셋 등등 모든 것들을 포용한 것이지요. 

성서 기록에 따르면 솔로몬이 왕위에 오르자마다 첫 번 째로 한 일이 이집트 왕의 딸과 결혼하는 것이었답니다. 이른바 결혼동맹을 맺은 것입니다. (열왕기상 3: 1-2) 이런 일은 바로 다윗이 시작한 일이랍니다. 그리고나선 온갖 주변 이방 출신 여인들을 맞아 드립니다.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문화가 섞이면서 좋은 점 나쁜 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선 좋은 점들은 당시 이집트면 중동의 중심 문화권이었으니 앞서 나가는 문화들을 받아 드린 것이겠지요. 이를테면 문자, 건축, 법률, 산술을 비롯하여 아주 중요한 세제(세금 거두는 일) 등등을 새롭게 받아 드린 것이지요. 왕국이 발전 할 수 있는 요인들이지요. 

수많은 그런 긍정적인 요인들을 단 한숨에 날려버리는 부정적인 요소는 바로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훼를 이방 여자들이 섬기는 신들과 같은 반열에 놓거나 때론 외면하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답니다. 바로 “사람”의 “한계”를 솔로몬이 보여주는 것이지요. 제 아무리 송사에 대한 재판에 능한 지혜를 지닌 솔로몬도 베겟머리 송사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는 것이고, 그런 일들은 사람 일반의 문제라는 깨달음이지요. 

두번 째 요인 역시 아버지 다윗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다윗의 인구조사 또는 병적조사인데요. 야훼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다윗은 하고 말았지요, 성서는 그것을 죄라고 단정했지요. 도대체 왜 그 일이 죄가 될까요? 바로 솔로몬이 그 일이 죄가 된다는 것을 인증하게 된답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옛날의 인구조사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행해진 일입니다. 바로 백성들에게 의무를 지울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요. 세금과 부역(군사및 노역), 곧 돈을 거두어 들이고 군대에 병력으로 차출하거나 국가적으로 벌이는 노역에 차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었답니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그런 일들은 신의 권한이라고 믿었고, 사람이 사람들을 향해 그런 권한을 누릴 수 없다고 고백하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처음 왕국을 세울 때 야훼 하나님과 양보와 이해의 선을 긋는 이야기들은 지난 이야기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답니다. 

야훼 하나님께서는 이미 그 선을 양보하면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알고 계셨던 것이랍니다. 솔로몬이 그걸 보여 준 것이랍니다. 

야훼의 성전, 솔로몬의 성전을 비롯한 주요 국가 시설물들을 건축하는데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지요. 그 돈이 어디에서 날까요? 누가 그 노동을 했을까요? 

다윗 시절만 하여도 성서는 세금 이야기를 전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꿈이었고, 솔로몬은 현실이었지요. 

솔로몬는 이제 세금을 거두어 드리게 되고, 처음엔 자의 힘으로 거두었다고 생각한 노예 또는 이방인들을 노동에 동원시키지만 손이 딸리면서 동족인 유태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까지 그런 일에 동원하게 된답니다. 

이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반역(反逆)이랍니다. 

통일왕국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도 다윗의 치맛폭(?) 부성의 힘이 작용한답니다. 솔로몬대 까지는 아비 다윗의 충성 때문에 봐 준다는 것입니다. 성서가 그렇게 기록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솔로몬은 야훼의 약속대로 모든 영화를 다 누리며 아비 다윗이 간 길을 간답니다. 

이제 우리들이 누리고 가야 할 하나님의 나라 이야기는 세 번 째로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평등, 계약. 

제가 지난 글들에서 말씀드렸던 중요한 낱말들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예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