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

구월의 마지막 주일도 저뭅니다.

지난 유월 이래 긴 여름을 보내며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서서 뱅뱅 돌며 길을 찾노라 애쓰다, 끝내 어지러운 현기증으로 쓰러지기 직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았답니다. 

한 끼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도 아직 하루 삶의 무게는 짊어져야만 하는 나이에 자꾸 그 짐의 무게가 버겁다는 생각과 이런 저런 연으로 이어진 이들의 똑같은 고민과 걱정들을 해결해 줄 능력의 부족, 아래로는 아직 짝짓지 못한 아이들의 미래와 위로는 돌아가야만 할 본향길이 썩 내키지 않으실 내 부모님들에 대한 연민, 오지랖이지만 육십여 년 나를 떠받쳐 주었던 역사의 바른 방향이라는 믿음들이 깡그리 무너져 버리는 현실들 – 그냥 아프기만 할 뿐 단 한 줄의 글조차 사치스럽던 2013년 여름이 낙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one leaf오늘 아침, 앞뜰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으음, 다음 주엔 낙엽을 쓸기 시작해야겠네.” 혼자소리를 하다가 문득 떠올랐던 생각이랍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낙엽을 태우며”라는 어느 수필가의 글을 배울 무렵 제 맘에 있었던 기억이지요. 

1960년대, 집 뜰의 낙엽을 태우는 가을을 맞았던 서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수필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답니다. 

지금은 제게 집뜰의 낙엽이 그 옛날 수필가의 마음으로 다가오지만 말입니다. 

너무 큰 것 붙들지 않고, 하루 하루 숨쉬듯 작고 자연적인 것들부터 한걸음씩 이어가야겠습니다. 

낙엽이 주는 교훈일겝니다. 

<신적 진리에 기초하지 않는 진리치고 영속적인 진리 없고, 사회정의의 열매를 맺지 않는 진리 치고 참된 신적 진리는 없다.>는 인도의 신학자 S J Samartha 의 말로 2013년 제 여름의 고민들을 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