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 그 사람 냄새

연휴 첫날 아침에 전혀 계획에 없던 얼굴을 만났습니다.

물론 저를 만나기 위해 그가 불쑥 찾아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가 만든  14년 만의 계획 속에 제가 우연히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14년 만이라고.

 

그가 서부 어느 곳인가에서 살고 있고, 그를 만나려고 맘만 먹으면 대여섯 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던 탓에 제 기억 속에 그는 대여섯 시간의 거리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14년이 흘렀다고 그가 말했답니다.

이제 손주가 셋, 곧 넷이 된다고 했답니다.

 

모처럼 그가 던진 메세지가  참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답니다.

평안함.

사람 냄새나는 평안함.

내 또래인 그의 몸에 배인 냄새였습니다.

 

강가를 거니며 그가 읊조린 노래가락입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를 “예순 즈음에”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는 그 이별 위에서 자유하는 진리를 툭 던지고 갔답니다.

“자비를 간구” 할 수 있는 바로 그 여유,

바로 그 진리 말입니다.

 

참 좋은 벗과 함께 했던 2013년 메모리얼 데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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