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하우에게 말했다.
“태양이 하나라는 건 알고 있지?”
“태양이 하나라는 건 알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노인은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고 하우에게 내밀었다.
“자, 보게. 사진이라네.”
하우는 사진을 건네받았다. 두 장이었다.
언뜻 보기엔 꼭 같아 보이는 두 장의 사진. 수평선 너머에 있는 태양을 찍은 것들이었다.
“둘 중에 어떤 게 일출 사진이고 일몰 사진인지 분간할 수 있겠나?”
하우는 사진을 이리저리 샅샅이 훑어보았다.
그러나 딱히 일출과 일몰을 구분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둘 다 일출 사진이라고 해도, 둘 다 일몰 사진이라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것 같았다.
물론 자세히 뜯어보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만, 얼핏 구분이 가지 않았다.
“어르신, 분간하기가 어려운데요.”
노인은 손가락으로 사진 하나를 가리켰다.
“이게 일출 사진이라네. 당연히 다른 사진은 일몰 사진이고.”
그 말을 듣고 사진을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노인은 말했다. “일출이건 일몰이건 똑 같은 태양이지. 어떤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야. 한계도 마찬가지지. 그걸 일몰이라고 보면 일몰인 거고 일출이라고 보면 일출인 거라네. 한계는 말이지, 꽉막힌 벽이 아니라 허들 같은 거라네. 뛰어넘으면 그만이지. 최선을 다해 뛰어넘어 보게. 힘들면 가끔 숨도 돌리면서 말이야.” 하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김현태 『향유고래이야기』중에서 –
주일 오후에 읽은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한계는 뛰어 넘으면 그만이랍니다. 최선을 다해…
힘들면 가끔 숨도 돌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