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함을 느끼는 오월은 처음인 듯합니다. 생각의 한계인 줄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쩜 늙어가는 탓인 줄도 모를 일이고요.  저 뿐 아니라 지구도 함께 말입니다.

꽃과_등

중순으로 접어드는 오월, 여전히 꽃잎들이 날리는 봄이랍니다. 

꽃은 떨어지며 열매를 품습니다.

기억 용량이 그리 크지 않은 제 작은 머리속에도 수많은 꽃들이 떨어지며 품었던 열매들의 꿈들이 남아있답니다. 끝내 이루지못한 꿈들, 아직도 맺지못한 열매들이 말입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오월- 그렇게 떨어진 꽃잎들이 품었으나 맺지 못한 열매들을 추억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밤입니다. 하루의 시작인 시간입니다. 구태여 유태인들의 시간관념을 빌어오는 까닭은 지금의 쉼이 곧 시작이고 싶은 꿈 탓입니다. 

봄 그리고  밤.

바로 봄밤이기에

비록 아쉬움 많아도 서두르지 않는답니다. 

 

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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