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위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온종일 당신을 부르는 소리 가운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엇인지요?

 

뭐 일테면, ‘김군아!’라든지 ‘어이’. ‘헤이’ 또는 ‘김사장’, ‘김선생’, 등등 말입니다. 아마 직업과 나이에 따라 저마다 다 제일 많이 듣는 소리들이 다를겝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한울아빠”랍니다. 제 아내가 저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세어 보거나 통계를 내보지 않아서 모를 일이지만 그냥 느낌만으로 말씀드리자면 하루 평균 백번은 족히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랍니다. 물론  아내가 이 소리를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말입니다.

 

부부가 함께 24시간을 사는 이들은 아마 제 느낌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글을 쓰기 조금 전의 일입니다. 예의 그 아내의 옥타브 높은 “한울아빠!” 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이게 뭔뜻이야?”하며 책을 내밉니다.  “뭔데?”하며 받아든 책은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담낭암 수술을 받으시고 지난 주에 chemotherapy를 마치신 장모님께 투병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몇 권 드린 적이 있었는데, 장모님께서 일독하신 후 아내에게 건너 온 모양이었습니다.

 

아내가 손가락으로 짚은 혜민스님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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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자의 최고의 표현은 유머입니다. 평화롭고 거룩하고 아주 선해 보이는 상태는 한 수 아래입니다.”

 

아내뿐만 아니라 왈 경건이 최상인 신자들에겐 낯설 법도 한 표현이지만은 “텍스트text”(교과서)와 “컨텍스트context”(현실)의 차이를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 아내에게 한 한마디랍니다. “무릇 깨달음에는 나이가 없나니…”

 

매사 넉넉히 웃으며 살 일입니다.

 

이미 할머니 반열에 오른 아내는 아직도 유치원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유머가 있답니다.

 

하여 말로써는  제가 한 수 위인데, 깨달음은 아내가 한 수 위랍니다.